반려견은 사람의 말을 어떻게 이해할까 [따듯한 동물사전]

가끔 방송을 보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 개의 모습이 그려진다. 복잡한 명령을 잘 수행하거나 어린아이도 혼자 해내기 어려워 보이는 심부름을 척척 해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정말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걸까. 

개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졌다. 여러 연구 결과는 개가 사람처럼 언어를 학습하고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 일부 단어에 대한 학습이 가능하고 여러 단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능력은 개체마다 그리고 보호자와의 유대나 학습 노력에 따라 차이가 난다. 어떤 개는 수십 개 단어를 학습하고 구분하지만, 어떤 개들은 수백 개 단어를 구분하고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개가 이런 몇몇 단어에 대한 이해만으로 사람의 말을 이해한다면 방송에서 보던 원활한 소통은 불가능할 것이다. 개는 단어에 대한 학습뿐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톤과 억양이 담겨있다. 목소리의 굵기, 높낮이, 단호한지, 부드러운지 등이다. 이런 목소리를 통한 의미 전달의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개를 칭찬할 때 내는 목소리는 보통 톤이 높다. 그리고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말끝이 부드럽고 길게 이어진다. 하지만 혼을 내거나 명령을 할 때는 비교적 톤이 낮아지고 짧게 끊어 단호한 어조를 띤다. 목소리는 지금 상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리고 무언가를 당장 해야 하는 명령을 의미하는지 등 사람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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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갖는 의미와 감정 학습  

마지막으로 개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사람의 감정 상태와 요구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개가 사람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지 실험했던 연구에서는 개가 보호자의 슬픈 표정, 즐거운 표정, 화난 표정 등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놀랍게도 개는 보호자가 슬픈 표정을 지을 때 평소 슬플 때 보이는 행동과 신호를 보였고, 보호자의 즐거운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똑같이 즐거울 때 보이는 몸짓과 신호를 보였다. 이렇게 개는 보호자와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보호자의 표정을 보며 그 표정이 갖는 의미와 감정을 학습하게 된다.  

사람의 몸짓 또한 많은 의미를 담아 전달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면 어떤 대상을 가져오라고 할 때나 혹은 어떤 방향으로 가자고 명령할 때 손짓을 통해 정확한 대상을 인지시키고 어떤 방향인지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면 가만히 서서 부를 때는 오지 않다가 무릎을 굽히고 앉아 무릎을 치거나 혹은 팔을 벌리면 달려오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사람의 몸짓이 의미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책할 때 따라오지 않는 개를 마주 보고 손으로 당길 때는 끌려오지 않으려 버티던 개가 보호자가 ‘가자’는 명령어와 함께 몸을 움직여 단호하게 걸어가면 그런 몸의 움직임을 보고 그제야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듯 개는 몇몇 단어의 의미와 목소리, 표정과 몸짓을 통해 사람이 말하는 것의 의미를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개의 이해를 도와주려면 단순히 말을 하는 것 이상으로 목소리, 표정, 몸짓을 모두 활용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