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복부대동맥 확장증’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복부대동맥 확장증은 복부대동맥 지름이 정상보다 50% 이상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큰 동맥인데, 특히 양쪽 신장 아래에 있는 복부대동맥에서 확장증이 잘 생긴다. 대동맥 벽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약해지고 탄력을 잃게 되는데,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의 영향으로 대동맥류(혈관 벽이 늘어남)가 발생한다.

대동맥 확장증은 나이가 들면서 흔히 발생하고 동맥경화증, 고혈압, 흡연, 남성, 가족력 등이 주요 위험요인이다. 특히 흡연은 대동맥류 발생과 진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높다.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므로 건강검진 CT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 CT 검사 모습 ⓒ시사저널 박은숙

복부대동맥 확장증은 크기가 커질수록 파열 위험성이 높아진다. 파열이 발생하면 다량 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파열이 발생했을 때 사망률은 50%(보고서에 따라 8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확장증 크기가 5cm 미만이면 1년 내 파열 확률이 1% 미만이지만, 5cm가 넘어가면 파열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6cm 이상에서는 1년 내 파열 확률이 무려 10~20%에 이른다.

따라서 복부대동맥 확장증을 진단받은 경우, 주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크기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크기가 5.5cm 이상으로 커지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 시기를 결정할 때는 파열 위험성뿐 아니라 수술 자체의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수술 사망률은 5% 내외로 알려졌다.

치료 방법에는 크게 개복 수술과 혈관 내 시술(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개복 수술은 복부를 절개하고 확장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전신마취와 개복이 필요하고 회복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혈관 내 시술은 서혜부 동맥을 통해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수술보다 덜 침습적이지만, 시술 후에도 주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수술 방법은 환자의 연령, 동반 질환, 대동맥의 해부학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고령이거나 심폐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는 혈관 내 시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동맥의 모양이나 분지 혈관의 위치 등 해부학적 요인에 따라 혈관 내 시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치료 방침을 세워야 한다.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금연으로 관리

확장증은 크기에 따라 추적 관찰 간격을 달리해야 한다. 지름이 3~3.9cm인 경우 3년 간격으로 초음파나 CT를 시행한다. 4~4.9cm 확장증의 남성이거나 4~4.4cm 여성은 매년 한 번씩 검사해야 한다. 5cm 이상 남성이거나 4.5cm 이상 여성의 경우는 6개월마다 검사한다. 단, 크기가 빠르게 증가할 때(1년에 0.5cm 이상)는 더 짧은 간격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복부대동맥 확장증 환자는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흡연량과 기간에 비례해 대동맥류 진행 속도가 빨라지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이 있다면 약물 복용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 복부대동맥류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으므로, 예방 차원에서 스타틴 계열의 약물 복용이 권장된다. 복부대동맥 확장증이 한번 발생하면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려우나,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