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는 격노했을까…채상병 사건 ‘키맨’ 된 김계환

  05 05월 2024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이 15시간 가까운 조사를 마치고 5일 새벽 0시25분께 귀가했다.

이른바 ‘VIP 격노설’·‘사단장 제외 문자’ 등 핵심 의혹들에 연루된 김 사령관은 줄곧 관련 사실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22대 총선 다음날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사령관의 ‘변심’, 진술 변경 여부에 따라 공수처 수사 방향과 사건 파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변호인 조력 없이 전날 오후 10시30분께까지 조사를 받고 조서를 열람한 뒤, 14시간43분만인 이날 오전 0시25분께 청사에서 나왔다.

굳은 표정의 김 사령관은 ‘수사 외압이 없었다는 입장은 여전한가’,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고 출석한 이유가 무엇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김 사령관은 전날 오전 출석 때도 같은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4부는 이날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질문을 준비해 김 사령관에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대통령 격노 발언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공개적으로 밝혔던 입장 중 달라진 것이 있는지 ▲관련해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군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김 사령관은 윤 대통령 격노 주장과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김 사령관이 최근 들어 주변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그가 진술을 번복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 바 있다. 김 사령관은 22대 총선 다음날 예하부대 지휘서신에서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면서 “요즘은 하늘조차 올려다 보기 힘든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루하루 숨쉬기도 벅차기만 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1월 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이 사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주요 관련자 조사를 진행한 공수처는 김동혁 법무부 검찰단장, 박진희 당시 국방장관 군사보좌관, 신범철 전 국방 차관, 이종섭 전 국방 장관 등 주요 관련자에 대한 소환 조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