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로 간 간호사들…“의사 업무 전가 중단하라”

전국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국립대병원 경영위기 책임전가 규탄, 불법의료행위 근절, 올바른 공공의료정책 추진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 이후 불거진 의료대란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전국 국립대병원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행위 강요, 고용 위기 등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30일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13개 국립대병원 노조들로 구성된 전국 국립대병원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국립대병원 연대체)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 행위를 강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간호사에게 의사업무 전가 중단하라’, ‘국립대병원 경영위기 책임전가 규탄한다’ 등의 피켓을 들었다.

국립대병원 연대체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발생한 업무 공백은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료지원(PA) 간호사에게 전가되고 있어 환자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의 명분 없는 집단행동 때문에 국립대병원은 수술실 축소 운영, 일부 병동 폐쇄, 입원 제한 등으로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고, (국립대병원은) 이로 인한 경영 악화를 병원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 정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이라는 명목하에 PA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모든 간호사에게 업무 범위를 확장해 불법 의료행위를 하라 한다”면서 “병원장의 재량과 책임하에 대부분의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해도, 불법 의료행위가 합법 의료행위로 될 수 없으며 PA 간호사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병원 경영 악화의 부담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걸 방치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립대병원 연대체는 “국립대병원들은 비상 경영에 돌입한 후 연차사용 권장, 무급휴가 도입 및 강요, 연차 촉진제 도입, 각종 물품 지급 중지, 인력 충원 중지 등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면서 “더 이상 병원 경영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적 지원을 통해 경영난을 이겨낼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립대병원의 무급휴가 강제 및 무급 휴직 정책 중단 ▲병원 재정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 마련 ▲의·정 갈등 해소를 통한 진료 정상화 ▲필수·지역·공공의료의 거점병원으로 국립대병원을 육성할 것 등을 함께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부족해진 병원 일손을 메꾸고자 지난 2월27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통해 PA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의 일부를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