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택배일 돕다 ‘신호위반 차’에 치여 숨진 중학생…가해자 ‘집행유예’

2023년 6월5일 강원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에서 60대 여성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1톤 화물차를 추돌한 사고 현장 사진. 이 사고로 화물차에 탑승했던 중학생 1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과속 및 신호위반 운전을 하던 중 모친의 택배일을 돕던 중학생을 추돌해 사망케한 60대 여성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형사2단독(박현진 부장판사)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여성 A(65)씨에게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비극은 작년 6월5일 오전 6시39분쯤 강원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시속 80㎞ 제한속도인 도로에서 시속 98㎞로 승용차를 몰던 A씨가 노란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 1톤 화물차를 들이받아 2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다.

추돌당한 화물차엔 중학생인 B군과 B군의 30대 모친 C씨가 타고 있었다. 당시 학교 재량수업일을 맞은 B군이 모친의 택배일을 돕고자 함께 따라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이 사고로 B군은 사망했고, 모친 C씨 또한 전치 32주 수준의 중상을 입었다. 수사당국은 화물차 운전대를 잡았던 C씨에겐 별다른 교통법규 위반 사항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선고공판에서 “노란색 신호에 제한속도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하고,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피해 차량과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면서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중대하고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탄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A씨)이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당시 피해차량 진행 방향의 신호기 고장이 아니었다면 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부연했다. 사고 현장의 신호등이 고장나지 않았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법원 판단이다. 

실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영상 감식 결과, 당시 사고 교차로에 설치된 4색 신호등 중 직진 신호 이후 직좌 동시 신호 때 좌회전 신호가 점등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C씨의 화물차가 8분가량 정차해야 했고, 세 번째만에 신호를 받고 정상 좌회전하다 신호를 위반한 A씨의 차량과 충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