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해병대사령관,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 소환…’VIP 격노‘ 등 질문에 ’침묵‘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5월4일 오전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명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을 소환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2분쯤 공수처에 도착한 김 사령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말을 전한 적 있느냐’,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대통령실 뜻이란 말을 들은 적 없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도 침묵을 고수했다.

해병대의 수장인 김 사령관은 작년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 초동 수사를 맡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초동수사를 맡은 박 전 단장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다. 이를 보류시키고 혐의자를 2명으로 축소하는 과정에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게 이번 의혹의 핵심이다.

당초 박 전 단장은 작년 7월3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이틀 후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할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 김 사령관이 수사자료의 이첩 시기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해외출장 귀국 이후로 보류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박 전 단장은 이 전 장관의 지시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후 김 사령관에게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 등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 VIP가 맞느냐”는 물음에 김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주장도 함께다.

반면 김 사령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그는 군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전 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얘기로 보인다”면서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에 이첩할 서류에서 혐의자 및 혐의 내용을 빼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지침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수처는 김 사령관에게 ‘VIP 격노’ 발언의 진위, 이 전 장관 등 국방부 윗선에서 받은 지시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이를 위해 이날 약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