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파리올림픽 구호 뒤엔…불법체류 노동자들의 눈물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경기장과 인프라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건설 노동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자가 매우 적어 '안전한' 올림픽을 준비했다는 프랑스 정부 발표와는 상반된 것이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사 현장의 위험과 이주 노동자 학대 없이 안전하게 파리올림픽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2월에는 이를 지켜냈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정부 통계를 보면 4년간 올림픽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200명 미만이었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근로감독 기록이나 다른 문서들을 보면 건설 현장은 훨씬 위험했고, 몇몇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안전 기준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특히 불법체류 이주 노동자의 경우 현장에서 다치더라도 정부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체류 자격을 얻은 이주 노동자의 사망 사고도 통계에서 누락되곤 했다. NYT는 전임 교통부 장관이 "올림픽의 생명선"이라고 표현한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숨진 사고와 수영 경기가 열릴 센강의 하수 처리 시설 건설 현장에서 한 남성이 트럭에 치여 사망한 사고를 이러한 사례로 들었다.
이처럼 사상자 통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프랑스 정부가 '올림픽 건설 현장'을 정의하는 방식 때문이다.
올림픽 선수촌이나 미디어센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통계에 포함되지만, 올림픽 기간 고급 호텔로 활용할 선수촌 인근 고층 빌딩인 플레옐타워나 지방 정부가 "올림픽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온 대규모 인도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불법체류 노동자를 고용하면 건설회사가 처벌을 받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의 공식적인 현장 재해 통계는 원칙적으로 합법적인 노동자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통계 불일치의 또 다른 원인이다.
NYT는 아울러 정부 당국자, 근로감독관, 십여명의 노동자를 인터뷰한 결과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장시간 위험한 작업에 내몰렸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불법체류 노동자가 다치더라도 고용주로부터 부상을 신고하거나 병원에 가지 말 것을 강요당했으며, 일부는 계약서 없이 고용돼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았고 종종 초과근무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세네갈 출신의 바바카르 코보르 씨는 지난해 선수촌 건설 현장에서 무거운 바위에 깔리는 바람에 손을 크게 다쳤지만, 업체는 붕대를 감아주더니 계속 일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택의 여지 없이 계속 일해야 했다. 안 그러면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의 미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올림픽 건설 현장 2곳에서 보안경과 헬멧, 청력 보호용 귀덮개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일한 노동자들도 있었다. 전기 케이블에 감전되거나 비계에서 추락한 경우도 있었다.
BWI 관계자는 "노동자가 트럭에 치여 다리를 절단한 사고 후에도 부주의한 운행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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