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핵 카드' 꺼내든 푸틴…CTBT 철회로 미국에 '거울 대응'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결국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했다.
지난달 러시아 하원(국가두마)과 상원이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이어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러시아의 CTBT 비준 철회가 최종 결정됐다.
CTBT는 1996년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국제 조약이다. 군사적·평화적 목적을 불문하고 대기권·우주·수중·지하 등 모든 영역에서의 모든 핵실험을 금지한다.
이전까지 CTBT는 187개국이 서명하고 178개국이 비준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1996년 9월 24일 서명하고, 푸틴 대통령 취임 6개월 후인 2000년 6월 30일 비준했다. 이날 러시아가 23년 만에 비준을 철회하면서 CTBT 비준 국가는 177개로 줄었다.
러시아의 비준 철회와 관계없이 CTBT는 발효되지 못하고 있었다. CTBT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44개국의 서명과 비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44개국 중 핵보유국인 프랑스, 영국, 러시아 포함 36개국만 비준하고 있었다.
나머지 8개국 중 미국, 중국, 이집트, 이스라엘, 이란 등 5개국은 서명은 했지만 비준하지 않았다. 인도, 북한, 파키스탄 등 3개국은 조약에 서명도 비준도 하지 않았다.
채택된 지 27년이 지나도록 출범도 하지 못한 CTBT는 양대 핵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빠짐으로써 더욱 허울뿐인 조약으로 전락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1996년 CTBT에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달 5일 발다이 토론에서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며 미국에 대한 '거울 대응'으로 러시아도 비준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법령 웹사이트에 이번에 채택된 법이 "핵무기 통제 약속의 동등성을 회복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CTBT 비준 철회를 정당화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CTBT 비준 철회가 미국과 동등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CTBT 비준 철회로 1990년 이후 30여년 만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뒤 지속해서 핵 타격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핵 긴장감을 높여왔다.
지난 6월에는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고, 지난달 5일에는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닉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는 등 직·간접적으로 핵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25일에는 대규모 핵 공격에 대응하는 핵훈련을 감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서방 제재 등으로 국제사회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러시아가 궁지에 몰리면 결국 핵무기에 의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아가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이란, 북한 등 반서방 국가들의 핵 위협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러시아는 CTBT 비준을 철회해도 이 조약에 서명한 국가로서 먼저 핵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은 1992년 실험을 끝으로 핵실험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CTBT 이후 진행된 핵실험은 10건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1998년에 2건 시행했고, 북한이 2006·2009·2013·2016(2건)·2017년 총 6차례 했다.
ab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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