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매도부터 일회용품까지…깜빡이 없는 ‘尹노믹스’
윤석열 정부가 최근 급작스러운 정책 노선 변경을 이유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당국이 일주일새 발표한 각종 경제 정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쳤던 기존의 정책 기조와 다를뿐더러, 충분한 여론 숙성을 거치지 않아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1. 국정과제 어디가고…尹정부 환경정책 ‘갈지자’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 조치에 대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환경부는 매장 내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오는 23일 이후 단속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단속 시행 시점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일회용 종이컵은 금지 품목에서 아예 제외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공식적으로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물밑에선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따른 혼선을 토로하고 있다. 그동안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맞춰 다회용컵이나 종이 빨대 등을 도입해 온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12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재활용을 통한 순환 경제 완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일회용품 규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도입됐는데, 그 바통을 이어받아 일회용품 사용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구상이었다. 그 일환으로 당국은 불과 두 달 전까지 일회용품 사용 금지 관련 정책 설명회를 열어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런데 계도기간 종료를 단 2주 남기고 입장을 선회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표심을 의식해 환경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환경 분야 국제규범 형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후속조치로 내년 하반기 열리는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도 부산에 유치했다. 해당 위원회에선 유엔환경총회 참가국들이 모여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을 성안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규제 관련 국제회의도 유치한 마당에, 환경 정책을 강화하는 세계적 트렌드와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 공매도가 ‘스탠다드’라더니 총선 앞 ‘유턴’…시장은 천국→지옥
최근 증권 시장을 뜨겁게 달군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와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한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도 같은 선상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해당 정책들이 과거 윤석열 정부가 보였던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 노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를 강하게 요구해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거래를 어렵게 하는 게 과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5일 전격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놓았다. 발표 당일 오전까지도 관련 내용이 비밀에 부쳐져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후폭풍은 상당하다. 공매도 금지 시행 이후 국내 증시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변동성을 키웠다. 특히 공매도 잔량 상위권이던 2차전지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공매도 금지 시행 첫 날에는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이 줄을 이었지만, 이튿날엔 10%대 이상 폭락하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시장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를 일종의 ‘테마’로 분류하면서, “변동성 장세에 올라타는 것을 경계하라”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3. ‘지방시대’ 역행하는 ‘메가 서울’…커지는 “표퓰리즘” 비판
김포시 서울 편입의 경우 여당이 주체가 되어 추진하고 있다. 편입 이슈 자체가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처음 의지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메가시티’, ‘뉴시티’ 등을 구호로 관련 특위까지 꾸리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다. 편입 논의는 김포뿐만 아니라 광명‧구리 등 다른 경기도 도시로도 번진 상태다.
그러나 서울을 초거대도시로 만드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지방시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취임 당시 ‘지방시대’를 기조로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도 “지방 불균형 해소가 먼저(김태흥 충남지사)”, “실현 가능성 없다(유정복 인천시장)”는 등의 반대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한편 당국은 이 같은 ‘정책 유턴’이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세간의 시선에 선을 그었다. 공매도 금지의 경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란 입장이고, 일회용품 금지는 “소상공인의 짐을 덜기 위한 조치(임상준 환경부 차관)”라고 설명했다. 또 김포 편입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여당과 사전 교감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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