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투자로 빠져나가는 돈, 4년 만에 5배 늘어났다
국내 주식의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월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가 열렸다. 5월 중 2차 세미나가 개최되고, 상반기 중 최종 가이드라인이 확정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 관련 공시가 이뤄지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ETF도 개발될 예정이다. 과연 국내 주식은 날아오를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왜 한국 주식을 외면하나
국내 주식의 저평가 현상부터 살펴보자. 상장주식이 거래되는 가격이 주가이고, 여기에 발행주식 수를 곱한 값이 시가총액이다. 주식 가치는 통상 순자산 또는 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의 배수로 평가된다. 주가순자산비율(PBR) 또는 주가이익비율(PER)이 그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 국내 주식의 평균 PBR과 PER은 각각 1.04배와 14.16배였다. 글로벌 시가총액의 약 48%를 차지하는 미국 상장주식들의 평균 PBR과 PER은 각각 3.64배와 21.78배다. 주당 순자산과 순이익이 같아도 국내 주식은 미국 주식의 29%, 65%로 저평가되는 셈이다.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에 비해서도 저평가됐을 뿐만 아니라, 순자산에 비해서는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PBR은 시가총액/순이익과 순이익/순자산의 곱으로 표현될 수 있으므로, PBR은 PER과 자기자본이익률(ROE)로 분해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 상장기업들의 ROE는 14.9%였던 반면, 국내 기업들의 ROE는 8.0%에 그쳤다. 만약 국내 기업들의 ROE가 미국만큼 높았다면, PBR 기준 미국 대비 저평가 정도가 29%가 아닌 54% 정도라는 계산이 성립한다.
결국 국내 주식의 낮은 PBR과 낮은 PER은 사실상 비슷한 얘기가 된다. 이제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이익에 대한 평가가 왜 상대적으로 낮은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이익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성장성이 낮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대비 순이익이 같아도 미래 이익이 줄어들 것 같으면, 또는 이익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평가되면 PER이 낮은 게 정상이다.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24년 2월까지 미국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평균 12.5%로 알려져 있다. EPS 증가율에도 당연히 업다운이 있었지만 두 자릿수의 비교적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이러한 펀더멘털로 인해 S&P500 지수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의 코스피(KOSPI) 시장 EPS를 분석한 결과, 평균 증가율(CAGR)은 KOSPI 기업들이 3.8%, KOSPI 200 기업들이 2.0%로 나타났다. 펀더멘털 관점에서 낮은 PER이 이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정상이라는 얘기기가 된다. 이러한 차이가 우상향이 아닌 고점과 저점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있는 KOSPI 그래프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국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2023년 말 현재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식투자 금액은 6235억 달러로 일반정부가 3419억 달러(54.8%), 기타부문이 2753억 달러(44.2%)다. 일반정부에는 국민연금이 포함되는데,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 금액은 약 320조원으로 공시돼 있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일 수 있으므로, 해외 주식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은 그렇지 않다. 운용의 다변화라는 점을 제외하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을 비교해 더 성과가 좋은 곳에 투자를 늘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국민연금 외의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가 포함된 기타부문의 해외 주식투자 규모가 2020년 이후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감소했음에도 2023년 말 해외 주식투자 금액은 2019년에 비해 기타부문은 2.1배, 비금융기업 등은 5.3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주식의 외면 현상이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물론 해외 주식투자 급증에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고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겨냥한다든지, 레버리지/인버스 투자와 같이 특정한 방향성에 베팅한다든지 하는 투기적 양상이 그것이다. 국내 상당수 증권사가 직접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듯이, 해외 주식을 거래하기가 쉽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투자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리아 밸류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요인들보다 앞서 설명한 펀더멘털의 차이, 즉 상장기업 순이익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성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기 우상향하는 S&P500과 장기 박스권에 갇혀있는 KOSPI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국내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외면은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향후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이익증가율이 높은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 기업들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상장된 기업들이라면 거기에 투자하는 게 맞다. 다만, 해외 주식들에 직접투자하는 게 좋은지, 국내에 간접적으로 상장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은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코리아 밸류업이 성공하고 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관련 지수와 ETF를 만들고 수요 기반을 확충한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펀더멘털이 그대로이고, 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성과가 좋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나쁘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되지 않고, 밸류업은 이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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