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배민 ‘치킨게임’ 시작됐다…‘무료’에 가려진 조건은
업계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배달비 무료’를 선언하면서, 쿠팡이츠와 배민의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특히 배민은 ‘멤버십’이 없어도 무료배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와우 멤버십(와우) 회원에게만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쿠팡이츠를 본격 겨냥했다. 최근 쿠팡이츠가 와우 회원을 기반으로 배달 앱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여가는 가운데, ‘무료배달’로 맞붙은 양사의 경쟁에 관심이 모인다.
배민도 무료배달 선언…“멤버십 필요 없어”
전날 배민은 수도권을 시작으로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배민은 주문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과 주문지로 바로 배달하는 ‘한집배달’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알뜰배달과 한집배달 이용시 사용할 수 있는 10% 할인쿠폰을 제공해왔지만, 4월부터 알뜰배달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소비자들은 ‘10% 할인’과 ‘알뜰배달 무료’ 중 자신에게 유리한 쿠폰을 적용할 수 있다.
묶음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배민의 행보는 일주일 전 쿠팡이츠가 내놓은 전략과 겹친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26일 무료배달 카드를 먼저 꺼내면서 선공을 시도했다. 그동안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음식값 최대 10% 할인’을 제공해왔던 쿠팡이츠가 자사의 묶음 배달 서비스인 ‘세이브배달’ 무료화로 서비스를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쿠팡이츠는 최근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 앱 시장 2위로 뛰어오르는 등 약진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조사 결과, 지난 3월 쿠팡이츠 앱 사용자는 649만 명을 기록, 요기요 앱 사용자 598만 명을 넘어섰다.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넘어서면서 선방한 배경에는 와우회원에게 제공하는 할인 프로모션이 있었다. 지난해 4월 도입한 음식값 할인 혜택으로 요기요와의 시장 격차를 줄여나가던 쿠팡은 결국 이용자 수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배달 음식 주문 금액에 따라 ‘최대 10% 할인’ 금액은 배달비보다 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달비에 대한 부담을 없애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주문하는 배달 음식이 1만~2만원의 가격대이기 때문에, 10% 할인되는 금액보다 배달비 할인을 더 큰 혜택으로 체감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 주문금액 설정한 배민·혜택 고정한 쿠팡이츠
현재 이용자 수 기준 배달 앱 1위는 배민이다. 배민은 3월 이용자 수 2126만 명을 기록하면서 굳건하게 선두 자리를 지켰다. 현재 배민은 국내 배달 앱 시장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엔데믹과 고물가가 맞물려 배달 음식 소비가 줄어들면서 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쿠팡이츠가 와우멤버십을 바탕으로 기세를 보이자, 배민은 방어전을 시작하면서 ‘무료배달’이라는 같은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묶음배달에 한해 무료이며, 횟수 제한이 없다는 점,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쿠폰의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 양사 무료배달 혜택은 큰 틀에서의 맥락은 같다. 다만 배민은 ‘멤버십’도 ‘패스’도 필요 없다는 점을 부각한다. 구독료 없이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다른 배달 앱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 ‘알뜰배달 무료’와 ‘10% 할인’ 중에 하나의 혜택을 고를 수 있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강조하면서 쿠팡이츠의 틈새를 노렸다. 둘 중 한 가지의 혜택을 ‘배달비’나 ‘음식 가격’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일괄적인 혜택을 택해야 하는 쿠팡이츠와 차이가 있다.
‘무료배달’이라는 키워드에 가려져 있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배민은 알뜰배달 무료 쿠폰을 적용하기 위한 최소 주문 금액으로 ‘1만5000원’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음식점의 최소 주문 금액이 1만2000원이더라도, 해당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1만5000원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이 경우 10% 할인쿠폰만 적용할 수 있다. 또 배달비 무료는 자동으로 적용되는 혜택이 아니다. 이벤트 페이지에서 쿠폰을 내려받은 뒤 결제 과정에서 적용해야 한다.
쿠팡이츠의 경우 최소 주문 금액이 없으며, ‘자동적용’이 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음식점이 설정한 최소 주문 금액은 넘겨야 하지만, 무료배달을 받기 위해 쿠팡이츠가 따로 설정한 금액은 없다는 것이다. 또 멤버십 회원들이 무료배달 혜택을 놓치지 않도록 ‘배달비 무료’가 자동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쿠팡이츠의 경우 이용자 선택권은 제한된다. ‘음식값 최대 10% 할인’이라는 이전 혜택을 유지하고 싶은 이용자들은 5월31일까지 해당 혜택을 제공받는 선택지로 갈아탈 수 있다. 이미 무료배달 혜택을 받아 주문한 적이 있다면, 이전 혜택으로의 변경은 1회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6월부터는 변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주문하는 금액과 자주 찾는 음식점의 배달료 등을 고려해 혜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용자 수 3위로 밀려난 요기요…허들 낮출까
한편 쿠팡이츠에 밀려난 요기요의 셈법은 복잡해지게 됐다. 요기요는 최근 유료 멤버십인 요기패스X의 가격을 월 4900원에서 2900원으로 6월까지 한시적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월 9900원에서 반값으로 요금을 인하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과거 멤버십 구독료 인하로 가입자 증가 효과를 본 요기요가 한시적 프로모션을 통해 다시 한번 이용자 확대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무료배달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상황에서, ‘1만7000원’이라는 최소 주문 금액이 요기패스X 가입에 더 높은 허들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배달은) 사실상 묶음배달에 제한되는 서비스지만, 배달 앱들이 ‘배달비 무료’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용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낮춰 배달 앱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라며 “배달 앱이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음식점 수수료 인상이나 음식값 상승 등의 우려도 나오는 만큼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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