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초라한 옷차림에도 주윤발은 빛난다…영화 '원 모어 찬스'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29 10월 2023

영화 '원 모어 찬스'의 한 장면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홍콩 누아르의 고전 '영웅본색'(1986)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쌍권총을 쏘던 저우룬파(주윤발)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앤서니 펀 감독의 신작 '원 모어 찬스'에서다.

이 영화에서 저우룬파는 장발에 단추를 반쯤 채운 셔츠, 늘어진 가죽 재킷, 카고 바지를 입은 후줄근해 보이는 차림으로 나온다.

올해로 67세인 그는 나이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빚쟁이들에게 쫓기면서 달릴 땐 숨이 차 도저히 못 뛰겠다는 듯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원 모어 찬스'의 주인공 광휘(저우룬파 분)는 왕년에 '도신'으로 통할 만큼 도박판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빚더미에 앉아 하릴없이 카지노를 드나들며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에게 옛 연인 이역(위안융이)이 찾아와 5만달러를 건네면서 자폐증을 가진 10대 아들 아양을 한 달 동안 봐달라고 부탁한다. 아양은 광휘와 이역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인데도 광휘는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다.

당장 돈이 필요했던 광휘는 별말 없이 이역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광휘와 아양의 불편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 돈을 노리고 자폐증을 가진 형의 보호자가 되는 남자의 이야기인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1989)이 그렇다. 이정재·이범수 주연의 한국 영화 '오! 브라더스'(2003)도 비슷한 설정이다.

영화 '원 모어 찬스'의 한 장면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레인맨'의 주인공 찰리(톰 크루즈)처럼 광휘도 아양과 함께 생활하면서 변화한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양을 윽박지르는 등 아버지다운 면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광휘는 아양이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남다른 집중력으로 도박에도 도움이 되자 기특해 보였는지 맛있는 걸 사주고 목욕탕에도 데려간다.

도박판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면 선글라스를 끼고 득의양양해지는 모습이 보여주듯 광휘는 중년의 나이에도 철부지를 못 벗어난 사람이었지만, 아양을 돌봐주면서 아버지의 면모를 갖춰간다.

광휘는 카지노에서 떼돈을 버는 것으로 인생 역전을 꿈꿨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정한 인생 역전이 찾아온 것이다. 그에게 새 삶을 열어준 '원 모어 찬스'(또 한 번의 기회)는 도박장의 카드가 아니라 자폐증을 가진 아들 아양이었던 셈이다.

저우룬파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이다. 그는 나이 든 철부지인 광휘가 성숙한 아버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에 담아낸다. 저우룬파는 '무쌍'(2018)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원 모어 찬스'는 이달 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화제작을 소개하는 '오픈 시네마' 섹션에 초청됐다. 이번 영화제에서 저우룬파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원 모어 찬스'는 홍콩의 대표적인 촬영감독으로 꼽혀온 앤서니 펀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이기도 하다.

11월 1일 개봉. 115분. 12세 관람가.

영화 '원 모어 찬스'의 한 장면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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