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창고에 갇힌 독립운동가 박상진 동상, 5년 더 방치될 처지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울산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동상이 11년 동안 재활용 창고 신세를 지게 됐다.
지난 10일 오후 울산 중구 성안동의 한 재활용센터.
창고 형태의 센터 안에 보관된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 동상은 손과 옷자락 부위를 비롯한 곳곳에 푸른 청동 녹이 슬어 있었다.
1982년 첫 제작 이후 줄곧 야외 생활을 이어온 세월의 흔적이 쌓인 모습이었다.
창고 바깥 오른쪽 벽에는 회색 포장재에 싸인 동상 받침대가 청소용품함과 나란히 섰고, 동상과 함께 옮겨진 추모비는 의류 수거함, 빈 음식물 쓰레기통과 한데 모여 있었다.
울산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 동상과 추모비는 약 6년 전인 2017년 11월 이곳 재활용센터로 오게 됐다.
동상이 자리 잡고 있던 중구 북정공원이 신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부지에 포함되면서 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땅한 이전 장소를 찾지 못했던 중구청은 동상과 추모비를 이곳 재활용센터로 옮겨 보관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시립미술관 인근 주택재개발사업이 마무리되면 재개발구역 안에 들어설 '역사문화공원'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전 설치 계획은 5년 뒤로 미뤄지게 됐다.
당초 해당 주택재개발사업은 이달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재개발사업 시행을 맡고 있는 조합이 사업 시행 기간을 5년 연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구청 홈페이지에 고시된 '중구 B-0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에는 사업 시행 기간을 기존 60개월에서 5년을 연장해 120개월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박상진 의사 동상과 추모비는 2028년까지 창고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중구는 동상과 추모비를 옮기는 과정에서 큰 비용이 들고 추가적인 훼손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일단 계속 창고에 보관한 뒤 재개발사업이 마무리되면 역사문화공원으로 이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중구 관계자는 "박 의사 동상과 추모비는 본래 야외에 있었는데 지금은 동상은 실내에서 보관하고 있고, 실외에 있는 동상 받침대와 추모비도 비를 맞거나 어딘가에 부딪혀 훼손되지 않도록 마감처리 후 포장재를 잘 덮어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상의 청동 녹은 세월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이 낀 것으로 이전 설치할 때 세척 작업을 거칠 것"이라며 "한 달에 한 번씩은 동상, 추모비가 잘 보관되고 있는지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상과 추모비가 빛을 보지 못하는 기간이 5년이나 늘어나자 박 의사 후손은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사 증손인 박중훈 선생은 11일 "선배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뜻깊은 동상인 만큼 마냥 창고에만 두는 건 죄스러운 일"이라며 "동상을 10년이나 창고에 보관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시민들 품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고헌 박상진 의사는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 단체인 대한광복회를 조직하고 총사령을 지낸 인물로, 친일 부호를 처단하고 군 자금을 모금하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돼 1921년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울산청년회의소는 박 의사의 이러한 업적을 기리고 숭고한 독립 정신을 후손에게 알리기 위해 1982년 중구 옥교동 JC동산에 박상진 의사 동상을 건립했다.
동상은 도로 개설 공사에 따라 1997년 북정공원으로 한 차례 이전됐고, 북정공원 이전 당시 추모비도 함께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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