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 존재감 과시하는 MB·朴·文…‘친정’에 독일까 약일까

  06 02월 2024

총선을 두 달여 남기고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들이 공개 행보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분위기다. 여야 양측에선 공천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들이 각 진영의 통합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들 대통령이 각각 ‘사법리스크’, ‘국정농단’, ‘정권교체’ 등의 책임이 있는 만큼, 광폭행보가 오히려 각 당의 총선 승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왼쪽부터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연합뉴스

‘정치 참여’ 선 긋지만…“나라 발전 힘 보탤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직후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정치적 메시지를 다시 내기 시작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진행된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행사 연설을 통해 ‘동반성장’ 키워드를 거론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 정부도 이 점을 유심히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4대강 보 걷기 행사에서도 “4대강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표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한국무역협회(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도 참석해, 2008년 논란이었던 광우병 사태를 거론하며 “광화문에서 수십만 명이 모이는 등 시위가 빈번했다”며 “진보 진영에선 기업 하던 사람이라 흔들면 금방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일에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통해 ‘민심’을 제대로 청취해달라는 당부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 사면 직후 대구 사저에서 1년 간 두문불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해부터 차츰 행보를 넓혀나갔다. 그는 지난해 9월 김기현 전 대표를 만나 “여당 대표로서 총선을 잘 이끌어 승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나 환담을 가지며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여기에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연재를 통해 국정농단 정국과 관련한 본인의 입장을 전달하며 접촉면을 늘려갔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구에서 회고록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에 다시 참여하진 않겠다”면서도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간접지원 의사를 전했다. 해당 자리에는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비롯한 여권 총선 후보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며 박 전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역할론을 기대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앞의 두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비교적 자유롭게 정치적 메시지를 내왔다. 그는 퇴임 직후에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나 정치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올리며 계속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4일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총선 정국에서의 당내 계파 프레임 분열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며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으로서 총선승리를 위해 단결하자”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한 선거제 관련 발언은 민주당 당론 결정에도 영향력을 톡톡히 행사했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 다 함께 힘을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며 사실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힘을 싣는 조언을 했다. 이에 이 대표도 다음날인 5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당론으로 선언하고 “정권심판에 동의하는 세력과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며 화답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이재명’ 경쟁구도 굳었는데…영향력 의문

정치권에선 전직 대통령들의 존재감이 총선 정국에서 여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여야는 ‘공천 경쟁’ 서막이 오르면서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친박(친박근혜)계의 존재감이 대부분 사라졌다. 친이(친이명박) 인사들이 다수 포진된 친윤(친윤석열) 주류층에 밀리며 민주당도 공천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앞으로 ‘탈당 러시’가 격화될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종의 ‘팬덤(지지층)’을 가진 전직 대통령들이 총선을 띄우고 측근들의 존재감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야권 인사는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TK(대구·경북)에서 팬덤 소구력이 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지지율이 60~70%에 육박했던 만큼 여전히 국민 인지도도 높다”며 “충분히 총선 정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총선이 ‘한동훈-이재명’ 리더십 경쟁구도로 고착된 상황에서 전임 대통령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뇌물수수 의혹’과 ‘국정농단’ 등 민심에 반하는 사건에 연루된 만큼, 이들의 행보가 오히려 여권의 총선 승리에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문 전 대통령도 민주당 내부에서 윤석열 정부 집권 책임 요인으로 거론되며 주류층의 ‘친문 압박’ 명분으로까지 활용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도 전직 대통령들이 총선 영향력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히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안 나서주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은 물론 이번 이 대표와의 회동처럼 통합 메시지를 내며 지원사격할 수는 있겠으나, 전면에 나선다면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더 이상의 영향력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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