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위기’에 다급한 한동훈과 與 후보들, ‘尹 거리두기’ 시작?

  02 04월 2024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들이 정부발 악재로 지지율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일부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 촉구’까지 요구하며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대통령의 ‘의대 2000명 증원’ 고수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직접 촉구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선 여권의 ‘정부 거리두기’ 전략이 중도층 표심을 모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오히려 총선 직전 보수 지지층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맨 왼쪽)이 부활절인 31일 서울 강동구 소재 명성교회에서 열린 ‘2024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조해진·안철수·함운경까지…尹정부에 날 세우는 與 후보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대통령을 향한 공개 사과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첫 포문을 연 후보는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조해진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실망시킨 것,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력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조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 앞에서 무릎 꿇는 것”은 물론, “대통령실과 내각이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까지 촉구했다. 또 총선 패배 시 ‘당선자 총사퇴’ 선언도 제안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후보는 1일 윤 대통령을 향해 ‘탈당’까지 요구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를 진행하는 동안 SNS를 통해 “오늘 대국민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저는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에게 기대할 바가 없다”고 직격했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SNS를 통해 “의료대란을 초래한 정부책임자들의 경질도 불가피하다”고 가세하며, 정부에 의대 증원안 재논의를 강력 촉구했다.

이들과 온도차는 있지만, 기존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도 당정관계에서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며 국민들에게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 회견을 통해 “우리는 잘못을 많이 했다. 우리 정부도 다 잘한 게 절대로 아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윤 대통령의 오른팔 격으로 불렸던 한 위원장은 최근 정부와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월 발생한 ‘사천(私薦) 논란’부터 정부 인사들인 ‘이종섭·황상무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 위원장은 지난 주말 수도권 유세 과정에서도 “국민의힘과 정부에 부족한 게 있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며 “저도 인정한다, 저도 바꾸고 싶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총선 정국의 뇌관인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직접 정부에 태도 변화도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의대 정원과 관련해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며, 윤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 의대 증원 이슈와 관련한 입장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1월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br>

“총선 직후 책임론 등 놓고 ‘당정갈등’ 극대화 가능성도”

이처럼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수도권을 비롯한 격전지와 중도층 표심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는 반면, 야권에서 기치로 내건 ‘정부 심판론’은 오히려 상승세인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6.3%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는 60.7%를 기록하며 5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진행된 지역별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 ‘한강 벨트’(동작갑, 동작을, 중·성동갑, 마포을, 광진을 등)를 비롯한 여러 접전지에서도 국민의힘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련해 국민의힘 선대위의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여권 총선 지표가 좋지 않은 만큼, 당정 관계에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질책하며 총선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둬야 한다”며 “정권심판론에 동조하는 중도층의 표심을 야권에 빼앗길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각에선 여당의 정부 비판이 총선 직전 보수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역효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친윤계 총선 후보는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원팀으로 가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 보수 지지자들도 더욱 혼란이 올 것”이라며 “지금 영남권을 비롯한 보수 텃밭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도 1일 SNS를 통해 “선거지면 모두 보따리 싸야 할 사람들이 대통령 탓할 생각으로 선거하면 그 선거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정 갈등’이 극으로 치닫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공천 과정과 ‘이종섭·황상무 논란’에서 한 위원장의 말을 들었는데도 총선 패배하면 한 위원장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고, 반대로 한 위원장은 총선 직전 일련의 포석을 통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선거가 끝난 다음엔 책임론을 두고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는 지난 3월25~29일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무선(97%)과 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4.1%며, 표본오차 95% 수준에서 ±2%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