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발사 도우려 러 기술진 대거 방북…엔진성능 개선 가능성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김준태 기자 =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돕기 위해 러시아 기술진이 대거 방북했고, 북한이 이들의 검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엔진연소 시험을 예상보다 훨씬 많이 실시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26일 밝혔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실제 발사가 이뤄지면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전보다 향상된 발사체의 엔진 성능을 과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아주 신중하게 엔진 연소시험을 예상보다 훨씬 많이 했다"며 "지난해 북한의 행동으로 미뤄보면 이미 (발사를) 했을 텐데 시험을 계속한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어 "지난해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조함 때문에 일단 쐈는데, 지금은 완전히 성공해야 한다는 것 같다"며 "러시아 기술자들이 푸틴 대통령의 지원 공언 이후 대거 (북한에) 들어왔는데, 이들의 합격 기준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진행해왔다. 관련 정황이 보도된 것만 지난달 이래 3번으로, 노출되지 않은 시험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자주 엔진 지상 분출을 시험한 이유는 개발을 돕는 러시아 기술진의 검증 기준이 북한 자체 기준보다 엄격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추정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올려놓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 3기의 추가 발사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를 딛고 2전 3기 끝에 위성 발사에 성공한 점을 고려할 때 올해 3기를 추가로 쏘려면 늦어도 4월에는 첫 위성 발사를 시도하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엔진연소 시험에 시간이 더 걸리면서 최근에야 위성발사장에서 발사체 궤적 추적·계측·평가 장비 등이 우리 군 감시에 포착되는 등 발사 준비에 나선 정황이 식별됐다.
북한이 위성발사와 관련해 전문성과 숙련도가 높은 러시아 기술진의 검증 기준을 충족하고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 31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등을 계기로 북한이 위성 발사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위성발사체는 1, 2, 3단 엔진으로 구성됐다. 러시아의 도움이 있기 전에도 1단 엔진은 성능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으나 2, 3단 엔진은 물음표가 붙던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용감하게 쏠 수 있겠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이 와서 안 된다고 했을 것"이라며 그간 위성 발사가 지연된 이유를 분석했다.
북한이 화성-15형, 화성-17형, 화성-18형 등 다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서 고공 엔진 기술을 축적했음에도 위성 발사체 엔진에서 난항을 겪은 것은 기술 개발이 체계적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포동, 무수단, 화성 등 여러 형태의 미사일을 섞어서 개발하다 보니 확실하게 신뢰할 만한 엔진 플랫폼이 없어 미사일과는 탑재체가 다른 위성 발사체 엔진의 개발 과정에도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언제까지 뭘 하라'는 식으로 끼어드니까 북한의 기술 기획이 뒤엉켜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기술진이 와서 (복잡한 개발 현황을) 정리해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쏜 군사정찰위성으로 '만 리를 굽어보는 눈'을 가지게 됐다고 자랑했지만, 실제 이 위성은 궤도를 돌고 있을 뿐 지상으로 유의미한 신호를 전송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군 당국은 위성 본체는 발사체보다도 성능 수준이 더 떨어져서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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