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패널로 이언주 부른 죄? 선거방송 심의 민원내역 보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최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제기된 방송심의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측에만 유리하게 방송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확인됐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에 비판적인 인사를 보수 측 패널로 불러 방송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거나, 진행자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후보의 ‘40억 애교’ 발언 등 여권에 불리한 내용을 고의적으로 유도했다는 지적도 포함돼있었다. 심의 타깃은 대부분 KBS와 MBC에 집중돼있었다.
“진교훈만 부르고, 김태우는 김성태로 갈음한 것도 불공정”
시사저널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23일 논의한 심의 상정안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6건 모두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공정성을 해쳤다는 내용이었다. 심의 민원이 제기된 방송사의 경우 MBC가 총 10건((《뉴스데스크》, 《뉴스외전》, 《김종배의 시선집중》,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BS 4건(《더 라이브》, 《주진우 라이브》, 《최경영의 최강시사》), OBS 1건(《뉴스 오늘》), YTN 1건(《뉴스킹 박지훈입니다》)이었다.
심의 민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출연진 선정을 문제 삼은 민원이 가장 많았다. 한 방송은 여당 몫 패널로 이언주 전 의원을 불러서 실질적인 여야 출연자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는 취지의 지적을 받았다. 또 선거운동 기간에 진교훈 민주당 후보만 인터뷰에 초청하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3주 동안 초청하지 않았으며, 대신 기존 방송 패널인 김성태 강서을 당협위원장을 대응 편성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됐다.
방송 진행 과정에서의 편파성 문제도 제기됐다. 한 방송은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의 성비위 의혹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문제는 침묵한 반면, 김태우 후보의 ‘40억 애교’ 발언 책임만 부각하는 내용으로 방송했다는 명목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또 방송 진행자가 ‘김태우 후보자는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 프레임 씌우고 출연진에 비판적 답변을 유도한 부분도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진행자가 야권 인사들과는 인터뷰 답변 적극 동조한 반면, 국힘 인사들에는 출연자와 고성 지르며 과도한 언쟁을 벌였다는 내용도 민원에 포함됐다. 또 사전투표 마친 유권자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에서 유권자 표심이 민주당에 있는 것처럼 편파 방송해, 보궐선거 당일 민주당 승리 가능성 전망 내용만 방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후보 간 인터뷰 노출 시간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한 방송에선 민주당 후보의 경우 11분간 인터뷰가 방송된 반면 여당 측 관계자의 인터뷰는 9분만 방송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에도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김태우 후보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난 것은 본인 개인비리’라는 허위사실을 언급한 부분도 민원 사항에 올랐다.
“이언주·이준석도 국힘인데…자당 안 지키면 野 패널이냐”
이 같은 민원에 방송사 일각에선 불만이 쌓여가는 분위기다. 이번 심의 대상에 오른 한 방송사 프로그램 PD는 시사저널에 “물론 심의 민원을 제기한 주체가 국민의힘으로 특정된 것은 아니지만, 앞서부터 이어진 ‘좌파 출연자 전수조사’의 일환으로 비춰질 수 있다. 또 이번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엉뚱한 곳에 미루려는 느낌도 보인다”며 “결국 ‘방송 길들이기’를 통해 방송사와 출연진을 위축시키려는 의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시사저널에 “국민의힘에서 계속 언론을 모니터링하면서 (민원을) 집어넣고 있는 만큼, 이번 건들도 국민의힘 측에서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다수를 점유했다고 문제 되지도 않을 만한 것들을 방심위에 제소하는 것은 사후적 ‘횡포’이자 ‘언론 사전 검열’, ‘방송장악’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패널 선정이 편향됐다는 민원 내용과 관련해서도 “KBS 등에서 국정감사 중 제시한 자료를 보면 오히려 여당 측 패널이 더 많다는 증거도 있다”며 “또 이언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등도 당적은 국민의힘 아니냐. 주류적 시각에서 자당을 비호하지 않으면 자기들의 패널이 아니라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출연진 섭외도 출연진 측에서 응하지 않아서 무산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민원 내용의 논리가 황당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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