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콜라, 우유, 사과, 빵…서울이 도쿄보다 싼 게 없다

  01 05월 2024

외식비와 식료품비를 비롯한 서울의 생활물가가 대다수의 품목에서 도쿄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도쿄는 연이은 소비자물가 상승세로 기록을 경신 중인데도 서울의 물가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서울 생활물가는 베를린, 베이징, 프라하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비싼 수준이다.

세계 최대 물가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넘비오에 따르면, 4월30일 환율 기준 서울의 생활물가는 주거비를 제외하고 도쿄보다 25.1% 높다. 주거비를 포함해도 19.4%로 여전히 높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외식비의 경우 저렴한 식당에서 한 끼를 먹었을 때 서울 가격은 1만500원으로 도쿄(8819원)보다 19.1% 비싸다. 고급 식당에서 두 명이 식사했을 때도 서울이 7만원, 도쿄가 6만1735원으로 13.4% 비싸다.

2월25일 일본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막부시대 관청 건물인 다카야마진야(高山陣屋) 앞에 열린 아침 시장 ⓒ 연합뉴스

외식·식료품비, 맥주와 치즈 빼면 서울이 모두 비싸

맥도날드 세트 가격은 서울 8000원, 도쿄 7055원으로 역시 13.4% 차이가 났다. 더군다나 한국 맥도날드는 5월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리기로 해 도쿄와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예정이다. 외식 품목 중 차이가 가장 크게 나는 건 콜라다. 330ml 기준 서울은 2153원, 도쿄는 1522원이다. 서울이 41.4% 비싼 수준이다. 유일하게 서울이 더 저렴한 외식 품목은 수입맥주뿐이다. 330ml 기준 서울이 7000원으로 도쿄(7055원)보다 0.8% 싸다.

마트에서 사는 식료품 가격(기호품 제외)은 서울이 15개 품목 중 14개에서 도쿄를 모두 앞질렀다. 가장 차이가 큰 품목은 소고기로 1kg 가격이 서울 5만4162원, 도쿄 2만7096원이다. 서울이 도쿄보다 거의 두 배(99.9%) 비싸다. 그 밖에 △상추 한 묶음(79.5%) △식빵 500g(77.3%) △계란 12개(53.7%) △감자 1kg(51.6%) △닭고기 1kg(47.0%) △우유 1리터(42.5%) △바나나 1kg(41.7%) 등의 품목에서 서울은 도쿄에 비해 40% 이상 고가를 기록했다. 식료품 중 치즈 가격만 서울이 도쿄보다 25.6% 낮다. 기호품을 포함한 전체 식료품비를 계산하면 서울이 도쿄보다 평균 39.4% 비싸다.

한편 통신비와 공공요금, 의류 가격 등도 서울이 도쿄보다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도쿄보다 싼 부문은 택시비, 시내 교통비, 헬스클럽 이용료, 영화 관람료, 보육비 정도였다.

서울의 물가 수준은 도쿄 외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넘비오는 뉴욕 물가를 100으로 했을 때 전세계 도시의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생활물가 지수(Cost of Living Index)를 발표한다. 여기에 따르면 서울 물가지수는 67.02로 도쿄의 53.56보다 높다. 프라하(49.85), 베를린(65.38), 베이징(35.66) 등도 서울보다 아래다.

4월30일 환율이 적용된 서울-도쿄 물가 ⓒ 넘비오 사이트 캡처

‘잃어버린 20년’ 극복할 수준인데도 한국보다 저렴

일본은 최근 꾸준한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2022년 4월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게다가 계속되는 엔화 약세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도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0% 올랐다. 41년 만에 최고치다. 아예 일본 정부는 ‘잃어버린 20년’으로 비유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탈출했다고 공식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물가가 한국에 못 미친다는 건 다른 통계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3월18일 국제 컨설팅 업체 머서(Mercer)는 ‘2023년 도시 생활비 조사’를 통해 서울이 세계 227개 도시 중 생계비가 16번째로 비싸다고 밝혔다. 도쿄는 우리보다 더 낮은 19위였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이 전세계 주요 국가의 올해 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3.0%로 영국(3.5%)·미국(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일본은 2.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