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 역대 대통령 재단 중 기부금∙지출액 압도적 1위

  03 04월 2024

임기가 끝난 전직 대통령은 법률에 따른 예우를 받는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있으며 시행령에 따라 기념관 건립, 관련 사료 수집, 업적 연구 등 지원금을 제공한다. 국내 유일 공익법인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이사장 최중경)는 2023년도 국세청 공시 기준 전직 대통령과 관계 있는 12개 재단 및 기념사업회의 회계자료를 분석했다. 이 중 기부금 수익을 살펴보면 노무현재단이 104억여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9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개관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완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권양숙 여사, 이해찬 전 이사장, 한명숙 전 이사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정문헌 종로구청장 ⓒ 연합뉴스

 

4월3일 한국가이드스타 발표에 따르면, 노무현재단은 회계연도 2022년(공시연도 2023년) 기준 104억2050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공개했다. 전직 대통령 관련 12개 재단∙기념사업회 중 가장 큰 액수다. 그 다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 중심으로 운영된 정수장학회가 28억원,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7억1520만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5억6050만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무현재단 기부금 수익은 다른 11개 재단의 기부금 수익을 모두 합한 액수(44억755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대통령 기념 재단·기념사업회의 2022년도 기부금 및 보조금 수익 ⓒ 한국가이드스타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받는 보조금 수익의 경우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이 8억9700만원으로 가장 많다. 해당 액수는 총 수익의 92%로 보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 외에 보조금 수익이 많은 순서는 노무현재단 4억9700만원, 김대중이희호 기념사업회 2억3590만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1억5000만원 등이다. 윤보선 대통령 기념사업회는 기부금 없이 보조금 수익 8840만원으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정수장학회, 김대중기념사업회,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은 보조금을 받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청계재단은 기부금과 보조금 모두 0원이었다.

대통령 기념 재단·기념사업회의 2022년도 총 비용 및 공익목적사업 비용 비율 ⓒ 한국가이드스타

 

보조금 수익은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이 1위

이 가운데 노무현재단을 비롯해 정수장학회,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 큰 규모의 재단법인은 외부회계 감사의무를 수행했다. 반면 윤보선 대통령 기념사업회,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 김대중평화센터,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는 감사의무 대상이 아니라 감사 결과가 없었다.

한편 돈을 가장 많이 쓴 곳은 노무현재단이다. 2022년 총 비용 약 94억원을 신고했다. 이 중 공익목적 사업 비중은 88%를 기록했다. 해당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청계재단이다. 총 비용 16억원 중 공익목적 사업에 쓴 돈이 33%인 5억원에 불과했다. 가이드스타 관계자는 “전체 비용 중 인건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청계재단의 고용 직원은 6명이며 인건비로 총 6억원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계재단은 기부금∙보조금 수익이 없어 기부자 명단이나 지출 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

사업과 인력 규모가 가장 큰 곳 역시 노무현재단이다. 노무현재단의 직원 수는 최다인 57명이다. 또 대통령 기념사업에 9억원, 사료연구 및 교육 사업에 5억7000만원, 봉하사업 및 회원사업에 3억원을 지출해 사업 진행이 가장 활발했다. 총 자산은 621억원으로 2020년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 2021년 시사저널은 가이드스타와 함께 대통령 기념법인의 불성실한 회계 공시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목적사업 수행에 돈을 전혀 쓰지 않거나 공시 상태가 미흡한 곳이 다수 확인됐다. (☞ 2021년 7월12일 "액수는 ‘텅텅’, 쓴 곳은 ‘애매’…유명무실 대통령 기념법인"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