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기금 집행률 100%”라더니...실제 쓴 돈 52% 불과했다

  01 05월 2024

“돈이 없어 못한다”는 변명은 지방소멸 위기 앞에서 꺼낼 수 없게 됐다. 2022년 전국 지자체에 배분된 지방소멸대응기금 7000여억원 중 집행된 금액이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돈을 타갔는데도 안 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초단체 10곳은 집행률이 1%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 100%”라는 행정안전부의 예산안 보고 내용과 딴판이다.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는 4월24일 ‘지방소멸대응기금 2022년 배분액 사업별 집행률 현황’을 발표하고 기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지방소멸 대응 사업을 추진하는 각 지자체를 위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 간 지원된다. 목표 지원 규모는 연간 1조원이다. 이번에 나라살림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사업별 집행률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2021년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곳 중 수도권인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경기 가평군과 연천군 등 4곳이 포함됐다. 사진은 2022년 4월6일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빈 건물의 모습. ⓒ 연합뉴스

2022년 전국 107개 기초단체의 400개 사업에 배분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총 7477억원이다. 이 가운데 2023년 12월31일 기준 집행 금액은 3935억원이다. 집행률 52.6%다. 지방소멸 대응이 절실한 인구감소지역은 집행률이 더 낮았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기초단체에 배분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5606억원이고, 이 중 2106억원이 집행돼 37.6%의 집행률을 보였다.

특히 기초단체 10곳은 집행률이 1% 미만으로 ‘0%대’를 기록했다. 해당 기초단체는 △충남 태안군 △경기 가평군 △강원 화천군 △부산 동구 △경기 연천군 △강원 양양군(이상 인구감소지역) △대전 동구 △대전 중구 △경기 포천시 △강원 동해시(이상 관심지역) 등이다. 사업별 집행률로 따져보면 집행률 0%대의 사업은 총 62개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경기 가평군은 ‘어린이 놀이체험시설 조성’ 계획으로 단일 사업별 배분액 중 세 번째로 높은 60억원을 따냈다. 이 중 집행한 금액은 0.3%인 2000만원에 불과했다. 충남 금산군의 경우 ‘육아·돌봄 거점 아이조아 센터 조성’ 사업으로 73억5000만원을 배분받아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쓴 돈은 ‘제로(0%)’다.

다만 집행률이 높다고 해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된다고 평가하기에는 섣부르다는 견해가 뒤따랐다. 일례로 충북 보은군은 기금 60억원을 전액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온누림 플랫폼 건립사업’의 사업비로 책정된 240억원의 일부다. 해당 사업은 위탁 사업으로 시행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사업 수행기관에 기금을 이전함으로써 실제 사업 추진과 무관하게 높은 집행률을 보일 수 있다”며 “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성과를 평가할 때 드러나는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재원을 투입한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평가할 방법이 필요하며, 평가 내역에 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실집행률을 100%로 보고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재원으로 한 사업 평균 집행률인 52.6%와 심각한 괴리를 보여준다”며 “기금에 대한 보다 엄정한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