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일교 재단 200억대 탈세 의혹…임직원 만든 신생업체에 기부금 134억 썼다

  01 05월 2024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산하 재단법인 효정국제문화재단(이하 효정재단)이 기부금 수익 134억원을 임직원이 설립한 신생 업체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에 누락됐다는 지급금과 계열 건설사에 건넨 공사비를 더하면 문제가 된 금액은 200억원을 넘는다. 이와 관련해 탈세·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자금 관련 범법행위로는 이례적으로 큰 액수라 수사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세청 공시자료에 따르면 효정재단은 2019~23년 5년간 총 389억300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기부금 제공처는 국내 신도를 관리하는 통일교 협회를 비롯해 통일교 교회인 청심교회, 통일교 산하의 또 다른 재단인 효정글로벌통일재단 등 모두 통일교 유관단체로 확인됐다. 효정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기부금 등 수익금을 공익 목적사업에만 써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증여세가 부과된다. 효정재단의 정관상 주요 목적은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지원사업’이다.

효정재단은 기부금 수익의 34%인 134억원을 목적사업 용도라고 밝히고 회사 4곳에 지급했다. 그 4곳은 △스튜디오피치 △HJ스마트에듀 △투맨필름 △효정패밀리코퍼레이션 등이다. 그런데 이곳은 모두 효정재단 임직원이 설립한 법인으로 드러났다.

4월24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로 278-64에 위치한 효정국제문화재단 건물 ⓒ시사저널 임준선

설립 6개월 만에 자본금 785배 투자유치

스튜디오피치는 박아무개 효정재단 사무국장이 2020년 7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세운 영상 제작업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효정재단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재단은 2021년 1월 스튜디오피치와 유튜브 콘텐츠·3D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계약을 맺었다. 외형은 외주계약인데 계약서 제목은 ‘투자계약서’로 돼있다. 투자금액은 78억5000만원이다. 설립 6개월밖에 안 된 영세기업에 자본금의 785배에 이르는 거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튜디오피치는 홈페이지가 없어 이력마저 찾아볼 수 없다.

지상파 외주제작사의 한 PD는 “해외에서 촬영하는 지상파 다큐멘터리도 편당 제작비가 1억원이 안 되는데 포트폴리오도 없는 신생 업체에 수십억원을 투자한다는 건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효정재단 내부 문건인 ‘출연재산 사용 내역’을 보면, 스튜디오피치에 처음 기부금을 지급한 시기는 2020년 9월로 적혀있다. 효정재단이 투자계약을 맺은 건 2021년 1월인데 그보다 4개월 전에 돈이 전달된 것이다. 당시 지급 목적은 ‘청소년 미디어 교육사업 운영비(5~9월)’이고 액수는 3억4250만원이다.

이후에도 효정재단은 운영비 명목으로 스튜디오피치에 2020년 10~12월 3개월간 매달 7250만원씩 지급했다. 이처럼 투자계약 체결 전에 흘러간 기부금만 총 5억6000만원이다. 이를 포함해 공시자료상 스튜디오피치는 지난 5년간 50억2500만원을 받았다. 시사저널은 4월24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피치 사무실을 찾아 효정재단의 투자 경위와 결과물 등에 대해 질의했다. 대표 문아무개씨는 “지금은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입장을 정리해서 연락하겠다”며 기자를 돌려세웠다. 하지만 26일 오전까지 답이 없었다.

효정재단의 또 다른 피투자회사인 효정패밀리코퍼레이션은 최형석 효정재단 부이사장이 2021년 1월 설립했다. 사무실은 경기 가평군 효정재단 건물에 두고 있다. 자본금은 100만원이다. 효정재단은 이곳에 3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약을 2021년 2월 맺었다. 청소년 지원사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카페 운영’을 위해서다. 이후 실제 2억3200만원이 지급됐다.

청소년 지원 위해 투자했다는 곳이 ‘키즈카페’

효정패밀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한다는 카페는 경기 하남에 있는 ‘H 키즈카페’를 가리킨다. 이용 가능 연령은 9세까지로 정작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다. 이곳은 건축면적 806㎡의 건물 2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부동산 소유주는 통일교다. 즉 장소는 통일교가 제공하고, 자금은 효정재단이 기부금으로 충당하며, 운영은 효정재단 부이사장이 만든 회사가 맡고 있는 구조다. 특히 최형석 부이사장이 효정재단의 법적 책임을 분담하는 등기이사란 점에서 내부거래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증세법 시행령은 공익법인의 내부거래를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밖에 출판업체 HJ스마트에듀와 영화 제작업체 투맨필름은 효정재단 직원이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자본금은 각각 100만원, 5000만원이다. 두 회사는 설립 이후 속전속결로 효정재단과 투자계약을 맺었다. HJ스마트에듀는 설립 한 달 만인 2020년 10월 3억3700만원의 투자계약을 했다. 또 2022년 2월 4억9200만원에 추가 계약서를 썼다. 100만원짜리 회사가 1년 반 만에 8억2900만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한 셈이다. 이후 전달된 금액은 계약서로 확인되는 액수보다 더 많은 25억4900만원이다.

투맨필름의 경우 2019년 11월18일 설립됐는데 겨우 일주일 후인 2019년 11월25일 투자계약이 성사됐다. 심지어 계약 성사 날짜는 투맨필름의 사업개시일인 2019년 12월1일보다 더 빠르다. 계약 목적은 《드림즈》(가제)란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계약서에 나온 총 제작비는 53억원이다. 효정재단은 이 금액을 전부 투자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10월 투맨필름은 또 투자계약서를 쓰고 “영화의 원활한 제작을 위해 3억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효정재단은 실제 투맨필름에 제작비 총액인 56억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피투자회사 4곳 중 최다 금액이다. 영화 《드림즈》는 당초 2022년 상반기에 개봉하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동명의 영화는 공개되지 않았고, 대신 지난해 개봉한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베를린영화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4월24일 서울 용산구의 투맨필름 사무실을 찾았다. 문은 잠겨있었고 바깥에는 회사를 알리는 어떠한 표식도 없었다.

이상의 투자계약금을 제외하고 국세청 공시자료를 토대로 효정재단이 회사 4곳에 지급한 돈을 집계해 보면 134억600만원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효정재단 내부 관계자 A씨는 “2019~23년 공시에 누락된 금액이 35억700만원 더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작성해 시사저널에 전달한 PDF 파일에는 공시 누락 금액의 용처와 지급일자가 적혀있었다. 이를 포함하면 투자금이란 명목하에 집행된 기부금은 총 169억1300만원이다.

 

‘지분 30% 미만이라 문제 없다?’...“눈속임 불과”

이 같은 거액의 투자계약에 대해 효정재단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4곳 모두 임직원의 보유 지분이 30% 미만으로 특수관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법인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도 임직원에게 다 내어주고 지분만 30% 밑으로 낮춰놓은 것”이라며 “문제가 될 소지를 피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수관계 여부를 떠나 기부금 사용 목적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효정재단의 기부금 지출에 대해 “법에서 규정한 고유 목적사업에 썼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법인은 고유 목적사업에 돈을 쓴다는 조건으로 증여세를 감면받는데 이 경우는 추징 대상”이라며 “외관상 투자 형식을 빌렸고 돈을 환수했더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의 한 법인회계 전문 세무사는 “투자 경위와 결과물이 분명하지 않으면 탈세 의혹을 피하기 힘들다”며 “효정재단의 경우는 사실상 외주용역비를 지급한 건데 세금영수증이 없다면 횡령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기부금 집행을 총괄한 효정재단 최고책임자는 윤영호 이사장이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비서실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2017년 9월 이사장직에 취임했다. 그전까지 효정재단의 명칭은 ‘청심국제문화재단’으로, 당시 기부금 없이 자체 수익금으로 운영됐다. 그러다 윤 이사장이 취임하고 이듬해인 2018년부터 효정재단은 통일교 계열 단체로부터 매년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받기 시작했다. 기부금이 유독 늘어난 시점은 윤 이사장이 2020년 5월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 발탁된 이후다. 2020년 통일교가 단독으로 효정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6억원이었는데, 2021년에는 31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그해 총 기부금이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윤영호 통일교 세계본부장. 효정국제문화재단 이사장직은 2023년 8월 사임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홈페이지

효정재단 “투자계약은 절차 맞춰 이뤄졌다” 해명

경기북부경찰서는 기부금 회계와 관련해 윤 이사장을 비롯한 효정재단 관계자 10명을 4월8일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적용을 검토 중인 혐의는 탈세와 배임, 횡령 등이다. 그 밖에 기부금을 이용한 외주 공사의 적법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효정재단은 기부금 수익 중 통일교 계열 건설사인 선원건설에 2019년 66억8000만원, 2020년 22억8300만원 등 89억6300만원을 지급했다. 주요 목적은 효정재단이 관리하는 경기 가평군 효정문화원의 리모델링 공사다. 선원건설과 임직원 회사 4곳에 쓰인 돈을 모두 더하면 256억7600만원이다.

한편 지난 3월에는 효정재단의 기부금 회계가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서신이 통일교 계열사 직원 명의로 작성되기도 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해당 서신에는 “문제의 핵심은 효정재단이 투자한 회사의 대표가 모두 임직원이라는 점” “공익법인 재산의 부당한 손실은 도의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항” “통일교 전체 미래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미 내부에서 사안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효정재단 관계자는 제반 의혹에 대해 시사저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탈세 행위는 없었다”며 “투자계약은 사업 타당성 및 현황을 검토한 후 절차에 맞춰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투자 결과물에 대해선 “회사별로 각각의 산출물이 있지만 경영상 사유로 그 내역은 공유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 ‘가족’으로 부흥했다 ‘정치’로 쇠락한 통일교

- 신도 수 세계 최다인 일본에서 아베 피살 후 정부가 ‘해산명령’ 청구

세계 최대 교단으로 불리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고(故) 문선명 총재가 1954년 창립한 신흥종교다. 원래는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로 출발했으나 1997년 제도권 종교의 틀을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명칭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바꿨다. 이후 문 총재의 7남 문형진이 교단 세계회장에 취임하면서 2010년 통일교란 이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2013년 문 총재의 사망 이후 총재로 등극한 부인 한학자가 다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이름을 돌려놨다. 교단 측은 이를 줄여 ‘가정연합’으로 자칭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일교’로 널리 쓰이고 있다.

통일교는 1966년 경전 ‘원리강론’을 통해 교리를 확립했다. 핵심 내용은 예수께서 한국에 재림할 것이니, 인류는 예수를 중심으로 삼아 하나의 대가족사회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계 색깔을 띠고 있지만 가족과 통합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 같은 교리는 종교 특유의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통일교는 종교계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언론 등 다방면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통일교는 현재 선교활동 중인 나라가 세계 194개국이라고 주장한다. 이 중에서 가장 세력이 큰 나라는 본산인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알려져 있다. 문 총재가 1970년대 미국에 진출했을 때 그를 따랐던 대다수 추종자도 일본인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통일교의 세계본부인 경기 가평군의 ‘천정궁’ 건립 기부자 중 일본인 비중은 90%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일본 신도 수는 1만 명이라는 얘기부터 60만 명에 이른다는 설까지 다양하다. 다만 통일교 사정에 정통한 외부 관계자는 “어쨌든 팩트는 전 세계에서 일본 신도가 가장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통일교 관련 행사에 보낸 축사는 통일교의 일본 내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통일교 세력은 2022년 변곡점을 맞이한다. 그해 7월 아베 전 총리를 총으로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파탄 났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후 통일교와 일본 정치권의 유착관계가 스캔들로 번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여당인 자민당 국회의원 381명 중 과반에 가까운 179명이 통일교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자민당 내부 조사에서 밝혀졌다. 자민당 소속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통일교와의 연루 의혹을 벗지 못하고 지지율 추락을 겪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그 적법성에 대한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종교단체에 대한 해산명령이 확정되면 법인격을 박탈당하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미 통일교 안팎에서는 “아베 피살 이후 일본 내 헌금 수입이 급감해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효정재단의 경우 2022년 기부금 수익이 4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