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행정·건설 최고책임자 모두 부른 檢...수사 규모 커진다

  02 05월 2024

작년 여름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참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사고지역 행정 최고책임자인 김영환 충북지사를 소환 조사했다. 지난 3월 사고현장 건설 최고책임자인 금호건설 전 대표이사를 부른데 이어 ‘윗선’으로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이들에 대한 혐의가 인정되면 지자체장과 시공사가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지는 최초의 사건이 된다.

2023년 12월1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로70번길 51에 위치한 청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오송 참사 희생자협의회 회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청주지방검찰청 오송참사 수사본부(배용원 본부장)는 5월1일 오전 9시30분경 김영환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2일 오전 1시30분까지 약 16시간 동안 조사했다. 검찰은 참사 현장의 관리 책임이 있는 충북도가 침수 위험 신고를 받고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고 현장 상황을 관계 기관에 알리지 않은 사유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과정에서 김 지사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재난 방지를 위해 사전 조치를 했는지도 물었다고 한다.

이번 소환조사는 앞서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김 지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따른 조치다. 김 지사와 함께 고발된 기관장 중에는 이범석 청주시장과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도 포함돼 있다. 이상래 전 행복청장과 이범석 시장은 각각 지난 3월14일과 3월26일 먼저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로써 검찰은 오송 참사와 관련해 3명의 기관장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

앞서 지난 3월12일 검찰은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혐의는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다. 금호건설은 국무조정실이 오송 참사 원인으로 지목한 임시 제방을 축조한 시공사다. 문제의 임시 제방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로 쌓은 것이다.

2022년 10월24일 금호건설 내부 결재망에 올라온 ‘오송청주 2공구 토공구조물공사 직영공사 집행예산 변경(4차) 품의서’ 일부(오른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4장). 임시제방 설치 요청안이 포함된 해당 품의서를 조완석 당시 부사장이 승인했다. ⓒ 시사저널 입수

시사저널은 서재환 전 대표가 2018년 7월~2021년 8월 도로 확장공사 관련 계약안에 최종 승인한 문건을 입수해 지난해 12월 보도한 바 있다. 당초 서 전 대표는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고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시공사에게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금호건설 경영진에게도 소환장을 보냈다.

한편 서 전 대표가 결재한 문건에는 당시 경영관리본부장이었던 조완석 현 금호건설 대표도 이름이 올라와 있다. 조 대표는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여 뒤인 지난해 11월 현직으로 영전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조 대표도 추가 소환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사고 현장을 직접 관리했던 전아무개 금호건설 현장소장은 업무상 과실치상·증거위조교사 등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져 4월24일 징역 7년6개월의 구형을 받았다. 현행법상 최대 형량이다.

오송 참사는 지난해 7월15일 오전 8시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서 발생했다. 지하차도 위를 지나는 미호강의 임시 제방이 터지면서 물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로 인해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참사 책임과 관련해 검찰이 이미 기소한 피의자는 기관장과 경영진을 제외하고도 현장 직원, 공무원, 경찰·소방관 등 30명에 달한다.

2023년 12월19일 오전 침수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천 제방 전경. ⓒ 시사저널 임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