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예금 19년 만에 감소…“빚 갚느라 여력 없어”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은 637조50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8260억원(0.9%) 줄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해 기업이 예금주인 은행의 원화예금 잔액이 19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은 637조50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8260억원(0.9%) 줄었다. 기업 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4년 말 135조812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조7070억원(2.9%)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래 기업 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04년과 지난해뿐인 만큼 이례적인 결과다.

이는 기업들이 요구불 예금과 저축성 예금에서 동시에 자금을 찾아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업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115조61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조2280억원(1.1%) 감소했다. 저축성 예금 잔액도 522조4410억원으로 4조5980억원(0.9%) 줄었다. 요구불 예금은 보통예금, 당좌예금 등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예금을, 저축성 예금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저축예금 등 약정 기간이 지나야 인출할 수 있는 예금을 의미한다.

이같은 흐름은 이미 지난 한 해 여러 통계를 통해 예고된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예금은행의 저축성 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은 772조4270억원으로 2022년 말(796조3480억원)보다 3.0% 줄었다. 10억원을 초과하는 저축성 예금의 예금주는 주로 기업으로, 이 잔액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13년 12월 말 이후 약 10년 만이다.

금융권에선 기업들이 지난해 고금리 여건 속에서 예금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기업 대출이 계속 늘고 연체율도 함께 오른 것을 고려하면, 이자 갚기에 급급한 기업들이 예금을 늘릴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연 5.31%로, 2012년(5.43%)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기업들이 정기 예·적금 만기 때 재예치보다 대출 상환 또는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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