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에 테무까지 ‘시동’ 걸었다…韓법인 세우고 인재 ‘러브콜’

  03 04월 2024

‘초저가’로 가입자를 유치한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8월 한국에 법인을 등록한 알리에 이어, 전날 테무까지 한국 법인 설립을 발표하면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명 ‘C커머스’로 불리는 이들 플랫폼은 경력직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직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무는 지난 2일 ‘웨일코코리아’라는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앱스토어 캡처

테무, 웨일코코리아 설립…“한국 협력업체와 협업”

알리와 함께 한국 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는 테무는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핀둬둬의 자회사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발을 들였고, SNS 광고와 싼 가격을 무기로 이용자 수를 급격하게 늘리면서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동안 ‘조용한 습격’을 이어온 테무는 전날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름은 ‘웨일코코리아’, 설립일은 지난 2월23일이다. 웨일코는 핀둬둬의 미국 자회사 이름이다. 웨일코코리아의 자본금 총액은 1억원으로, 업무집행자는 싱가포르 테무를 운영하고 있는 퀸선 엘리멘터리 이노베이션 대표다. 법인 사무실은 서울 종로구에 뒀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알리의 성공 공식을 지켜본 테무가 한국에 직접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테무가 지사 설립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국내 홍보대행사 선정에도 나서면서, 이 시점부터 한국 시장 공략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웨일코코리아는 한국 현지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포함해 점진적으로 현지 법인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알리는 이미 지난해 8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국내 법인을 등록했다. 앞서 쉬인은 2022년 말 ‘쉐인서비스코리아 유한회사’라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이제 테무까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C커머스 대표 주자로 불리는 알리, 테무, 쉬인 모두가 한국 지사를 마련하게 됐다. 

현재 알리와 테무는 무서운 기세로 이용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알리 앱 이용자 수는 81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355만 명)보다 130% 증가했고, 테무 앱 이용자 수도 581만 명으로 나타났다. 쿠팡 뒤를 알리가 바짝 쫓고 있고, 11번가와 테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쿠팡을 제외하고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이용자 수가 증가한 플랫폼은 알리와 테무 뿐이다.

지난해 3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오픈한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희망퇴직’ 바람에 알리行?…‘경력직’으로 카테고리 강화

이용자를 확보한 C커머스가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꺼내든 계획은 ‘인재 영입’이다. 그동안 테무에는 한국 내 소비자 응대 조직이 없었지만, 법인 설립을 완료한 만큼 관련 인력 채용에도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직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알리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동안 헤드헌터나 업계 전문가 등을 통해 직원을 모집해온 알리는 최근 서울 시내 곳곳에 채용 광고판을 붙이면서 인력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리는 5월13일까지 채용의 문을 열고 브랜드 및 소셜네트워크 마케팅 전문가, 고객 서비스 전문가, 페이먼트 마케팅 전문가 등을 불러들인다.

특히 한국 시장 내 셀러나 파트너 소싱 노하우를 보유한 패션·신선식품 분야 인재 영입에도 나서면서 해당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11번가 등의 패션 MD들이 알리로의 이직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다. 홍보와 대관 등 분야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알리는 모기업 알리바바닷컴의 국내 사업을 담당할 경력직 모집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의 B2B 시장 확장도 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원 수를 크게 늘린 알리는 서울 중구에서 강남구로 사무실을 확장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직 영입은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쿠팡은 초창기 10~20년 경력의 인력을 영입하면서 조직을 정비했고, 로켓배송 도입 이후 아이템 마켓을 강화하기 위해 패션, 식품, 뷰티 등 전 분야의 경력직 MD 채용을 확대한 바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유통 기업들이 운영비 절감과 경쟁력 확보 등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인력들이 알리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마트는 창사 이래 최초로 전사적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지속되는 경영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11번가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말 2차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가가 불황으로 인해 전방위적 비용 감축과 효율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사세를 넓혀가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인력을 끌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온·오프라인 유통가의 주요 인력들이 흡수되면, 플랫폼의 조직 안정화 시기도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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