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금리 인상, 日 경제 부활 신호탄 될까 

3월19일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1~0%에서 0~0.1%로 인상했다.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고, 2016년 도입했던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폐기한 것이다. 이런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는 국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다음 날인 3월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제 금융시장도 BOJ 결정에 촉각

우선 일본의 통화정책을 좀 더 살펴보자. 그동안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는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질적 완화(QQE)였다. 그런데 금리 인상 이후 일본국채(JGB) 10년물 매입은 지속하지만, 상장지수펀드(ETF)와 일본리츠(J-REITS) 매입은 중단하고,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매입은 점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일본 경제가 지난 30년 동안의 디플레이션 망령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이 최근 22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상회했고, 최근에 일본 대기업들이 임금을 5.3% 인상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물가가 임금을 끌어올리는 경로도 작동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먼저 BOJ의 목표 단기금리인 무담보 익일물 콜금리는 2월말 대비 8bp 상승한 0.07%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목표 장기금리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통화정책 결정 직후 오히려 하락했다. 3월15일 0.791%(종가)에서 3월28일 0.699%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해 4월2일 현재 0.767%를 기록 중이다. 엔-달러 환율도 BOJ 결정 이후 상승(엔화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월11일 146.7엔 저점에서 3월21일 151.6엔까지 올랐고, 4월2일 현재 151.5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주가의 반응도 비슷하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3월15일 3만8707을 단기 저점으로 3월22일 4만888까지 상승했으며 4월2일 현재 3만9838을 기록 중이다.

일본 금리와 환율, 주가의 반응을 종합하면 이전에는 금리 상승, 엔화 강세, 주가 약세였지만 현재는 금리 하락, 엔화 약세, 주가 강세의 양상이다. 정책 변경 이전의 시장 반응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경우의 기대효과인 반면, 변경 이후의 시장 반응은 의외라고 여겨질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이 정책을 먼저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정책 변경을 기대하며 예상되는 방향으로 가격이 먼저 움직였고, 막상 변경이 이루어진 후에는 단기 포지션 정리로 인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 변경으로 인한 가격 변화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고, 단기금리에서 보여지듯 기준금리 변동분만큼의 차이는 분명 있다.

둘째,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해석이다. BOJ가 목표 단기금리를 소폭 인상하고 ETF, J-REITS 매입을 중단하며 CP, 회사채 매입을 축소할 것이지만, 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목표 장기금리 조작(?)은 지속하는 등 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인상은 맞지만 긴축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통상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언제까지, 또 어느 수준까지 올릴 것인지에 대한 예상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예상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이 미리 움직이고, 이를 반영해 가격도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이번 BOJ의 통화정책 변경에 대해서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상의 지속성에 대해 회의적 견해가 많다. 대표적으로 국채금리가 오를 경우 정부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므로 BOJ가 금리를 크게 올리거나 수익률곡선 통제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55%로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고, 2023년 재정적자가 GDP의 5.6%로 부채가 더 늘어나는 구조이며, 이미 정부 예산의 9% 정도가 이자 지급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3월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보다 외부 변수 가능성 커”

셋째, 통화정책과 관계없이 구조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지긋지긋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고령화로 인한 낮은 저축률과 성장 잠재력 저하에 따른 낮은 투자율이 맞물리면서 낮은 실질금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2%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된다고 해도 이러한 펀더멘털로 인해 명목금리 상승이 제약될 수 있다.

다섯째, 일본 자체보다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는 해석이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을 주도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일본의 금리, 주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다. 최근 미국의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가 늦어지고 인하 폭에 대한 기대도 낮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당초의 예상과 달리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4월초까지 달러 대비 엔화는 7.3%, 원화는 4.2%, 위안화는 2.0% 떨어졌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미국, 일본, 한국의 국채 10년물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1월말 이후 동조화가 강화됐다. 연초 대비 닛케이 평균주가와 S&P500 지수가 각각 20%, 11% 정도 올랐다. 주가 상승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미국 변수가 매우 커 보인다.

일본은 한때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이었다. 하지만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으로 상징되는 ‘잃어버린 30년’을 보냈다. 올해 들어 드디어 주가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마이너스 금리정책에서도 벗어나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통화정책이 양적, 질적으로 달라졌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고,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또한 일본은 아직 세계 제3위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2023년 기준 미국인의 외국 금융자산 보유액은 34.5조 달러, 외국인의 미국 금융자산 보유액은 54.3조 달러다. 2022년 기준 일본인의 외국 금융자산 보유액은 1338.2조 엔(8.9조 달러, 150엔/달러 적용), 외국인의 일본 금융자산 보유액은 919.6조 엔(6.1조 달러)이다. 각각 미국의 26%, 1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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