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 이륙’ 준비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국, 일본에 이어 최근에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유럽연합(EU) 경쟁 당국도 승인하면서 통합이 한층 가까워졌다. 현재는 미국만 남은 상황이다. 2020년 양사 합병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 3년여 만에 이룬 결과다.

물론 통합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가 합쳐질 경우 전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항공사)’가 탄생하게 되면서 점유율은 물론이고, 외항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 이후를 대비하는 물밑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통합 전에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기존 운수권·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이전에 따른 새 노선 발굴, 신규 항공기 도입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과정에서 이제 남은 관문은 ‘미국’과 ‘아시아나 화물 매각’뿐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한국, EU,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태국, 터키 등 8개 필수 신고 국가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영국 등 5개의 신고 국가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 다른 국가들과 심사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통상 다른 국가들의 경우 경쟁 당국이 심사를 하지만, 미국은 법무부(DOJ) 결정에 달려있다. DOJ가 양사 기업결합과 관련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심사가 종료되며 사실상 승인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세계 10위의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게 돼 주목된다. 사진은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전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탄생 초읽기

업계에선 이미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델타항공이 미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는 점, 국내 LCC 에어프레미아도 미주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합병에 따른 미국 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은 상반기 안으로 필요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협의 역시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향후 결과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화물 매각도 당초 우려와 달리 여러 LCC가 입찰에 나서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월 진행된 아시아나 화물 매각 예비입찰에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LCC 4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 후보자들은 각자 인수 주관사를 선정하고 재무적 투자자(FI)를 확보해 자금력을 갖춘 후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다. 제주항공은 2022년부터 화물기를 도입해 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에만 2만3071톤을 수송해 화물 매출 267억원을 달성했다. 이스타항공은 대주주인 VIG 파트너스의 자금력과 함께, 최근 화물 항공운항증명(AOC)까지 재발급받으며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통합 과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통합 후를 대비한 준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우선 통합 후 재무 체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 부채가 상당한 수준이니만큼, 합병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건실한 재무 상태를 다지는 데 주력 중이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별도 기준)의 부채는 19조5523억원, 자본은 9조674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02.1%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부채비율(813.9%)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대한항공의 재무 여력을 높게 평가하며 신용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대한항공이 A-로 복귀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7년10개월 만이다.

신규 항공기 도입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에어버스사 중대형 항공기인 ‘A350’ 33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A350-1000 27대, A350-900 6대이며, 137억 달러(약 18조47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A350-1000은 A350 계열기 중 가장 큰 항공기이며 최대 1만6000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이는 인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까지 직항이 가능한 거리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 도입 이유에 대해 “중장기 기재 운영 계획에 따른 부족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나 통합에 대비한 기재 선점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자금·항공기 늘리고 새 먹거리 발굴

아울러 독점 노선 배분에 대비한 신규 노선 발굴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과정에서 여러 국가로부터 독점 우려 노선에 대한 운수권 및 슬롯 이전을 요구받은 바 있다. EU는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을, 영국은 히스로 공항 7개 슬롯 반납을, 중국은 장자제, 시안, 베이징, 칭다오 등 9개 노선을 반납하라고 지시했다. 일본도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 등 슬롯 일부를 양도하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기존 고수익 노선 이전에 대비해 신규 알짜 노선을 찾고 있다. 이달부터 대한항공은 캐나다 토론토 노선을 기존 주 6회에서 7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밴쿠버 노선은 5월20일부터 주 7회에서 주 9회로 늘리며, 7월부터는 주 10회로 증편한다. 캐나다는 오로라 관광, 휴양지, 해외 연수 등으로 꾸준히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75만여 명의 여행객이 다녀갔다. 캐나다 외에도 5월부터 대만 타이중 노선을 주 3회 운항하며 신규 여행지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대한항공은 통합에 따른 유니폼 디자인, 기업 이미지 통합(CI) 등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 통합한 후 약 2년간은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다 추후에는 하나의 통합 항공사로 합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과 CI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항공사 유니폼은 10년 단위로 바뀌는데, 현재 대한항공 유니폼은 2005년에 바뀐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어, 이미 18년이 지난 상황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최근 직원들과 함께한 타운홀 미팅에서 “기업결합 이후 적용할 통합 CI와 유니폼 디자인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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