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퍼 종료’ 버거킹, ‘버거 접은’ 롯데리아…뭐가 달랐나

  09 04월 2024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의 ‘와퍼 판매 종료’ 공지가 메뉴 리뉴얼을 앞두고 시도한 ‘노이즈 마케팅’인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신제품 출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와퍼 판매를 종료한다고 알린 것이다. 

혼란에 휩싸였던 소비자들은 ‘최악의 마케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과거 롯데리아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내놨던 노이즈 마케팅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 롯데리아는 이 마케팅을 통해 판매량 증가라는 효과를 맛봤다. 신제품 출시의 포석이 된 유사한 마케팅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린 배경은 뭘까.

버거킹은 전날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4월14일 와퍼 판매를 40년 만에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연합뉴스

스스로 버린 정체성에 소비자 뿔났다

버거킹은 전날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4월14일 와퍼 판매를 40년 만에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갑작스러운 판매 중단 공지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졌지만, 버거킹 운영사 BKR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와퍼는 1984년 버거킹이 서울 종로에 1호점을 열면서 선보인 메뉴다. 참깨 번, 직화구이 방식의 순소고기 패티로 만든 큼직한 와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버거킹=와퍼‘라는 공식까지 만들어졌다. 이후 와퍼는 버거킹이 고객들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강력한 무기로 존재해왔다.

버거킹의 정체성이 된 와퍼가 갑작스럽게 사라진다는 사실에 일선 매장에서도 단종 관련 문의가 이어졌다. 유효기간이 남은 모바일 쿠폰 등을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의 주문까지 이어지면서 매장에서도 혼란이 가중됐다. 각 매장에서는 와퍼 ‘단종’이 아니며, 14일 이후에도 계속 와퍼를 판매한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버거킹은 안내 공지의 문구 변경을 통해 ”현재 와퍼의 판매를 종료하는 것은 맞다“며 ”와퍼 4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에 대해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와퍼’라는 표현을 통해 리뉴얼 제품의 출시를 시사한 것이다. 또 쿠폰 및 기프티콘 등을 구매한 고객들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버거킹은 전날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4월14일 와퍼 판매를 40년 만에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버거킹 홈페이지 캡처

‘버거 접습니다’ 중의적 마케팅…신제품 경쟁 속 등장

신제품의 출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판매 종료’라는 단어로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 버거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2020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롯데리아가 펼친 노이즈마케팅도 소환됐다. 롯데리아는 2020년 ‘버거 접습니다’라는 포스터를 내건 바 있다. 롯데리아가 버거 사업을 접는 것처럼 보이는 문구였지만, 소비자들은 ‘접는다’는 중의적 표현을 활용한 신제품 광고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그 배경에는 당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매장 방문객이 줄어들자, 햄버거 프랜차이즈업계는 한정판 신메뉴 등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돌입했다. 당시 버거킹은 2017년 여름 한정 메뉴로 선보였던 붉은대게 와퍼를 다시 소환했고, 맥도날드는 트리플 치즈버거를 한정판매 품목으로 출시했다.

롯데리아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지파이를 활용한 버거를 선보인 데 이어, ‘버거 접습니다’로 미리 광고한 ‘폴더버거’를 출시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는 해당 광고를 내놓기 전, 특허청에 폴더버거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롯데리아는 2020년 ‘버거 접습니다’라는 포스터를 내건 이후, 반으로 접는 폴더버거를 출시한 바 있다. ⓒ롯데리아 제공

롯데리아의 마케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됐고, 소비자들의 흥미는 신제품 구매로 이어졌다. 폴드버거는 출시 첫 달 170만 개가 넘게 판매됐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사태도 벌어졌다. ‘접습니다’ 마케팅은 그동안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온 롯데리아가 새로운 형태의 버거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린 방법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롱런’은 하지 못했다. 폴더버거는 ‘반짝 흥행’한 뒤, 출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단종 수순을 밟았다.

버거킹의 이번 마케팅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보로 이목을 끄는 데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식품업계가 스테디셀러 제품 등을 통해 자사의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버거킹이 자사 정체성과 같은 와퍼를,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도 예고도 하지 않고 없애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심어줬다. 이에 불만을 지닌 일부 고객들은 불매를 선언하기도 했다.

‘독’이 되어버린 버거킹의 마케팅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리뉴얼’ 와퍼의 가격 인상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 현재의 와퍼를 리뉴얼하는 배경에 ‘가격 인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거킹은 2022년 1월과 7월, 지난해 3월 와퍼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현재 와퍼 단품 가격은 7100원, 세트 가격은 91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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