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신선식품’…쿠팡·알리에 맞서는 대형마트 전략은

  11 04월 2024

이커머스 플랫폼이 유통 산업의 지도를 바꿔 가는 가운데, 대형마트는 이를 대응할 최후의 무기로 ‘신선식품’을 꺼내 들었다. ‘초저가 식료품 전문 매장’,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 ‘메가푸드 마켓’ 등의 전략을 내놓고, 이커머스가 아직 제대로 침투하지 못한 식품이라는 카테고리를 지키기로 했다. 아직 대형마트가 쥔 식품의 힘은 신선하고 막강하다. 최근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정한 전략은 더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과일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구매주기 짧은 식품 카테고리 경쟁력…리뉴얼 등으로 박차

최근 대형마트들은 식품 매장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는 의류 제품이나 생활용품 카테고리를 축소하고 식품 비중을 키운 ‘식품 특화 매장’인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의 문을 새롭게 열었다. 홈플러스는 주요 점포들을 메가푸드 마켓으로 특화시키면서 식품관을 대폭 늘렸고, 이마트는 죽전점을 리뉴얼해 식품 특화 매장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식품 카테고리의 경쟁력은 구매 주기에서 나온다. 계절이 바뀔 때 구매하는 의류, 5~10년의 주기로 교체하는 가전 제품 등과 달리 식품의 구매 주기는 주 1회~월 2회로 짧은 편이다. 특히 보관 기간이 긴 냉동식품이나 가공식품에 비해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의 구매주기는 훨씬 빨리 돌아온다. 고객들을 이끄는 핵심 경쟁력은 신선도와 가격이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은 재고를 유지하고 판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류가 뒷받침되는 대형마트는 이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다.

신선식품은 아직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신선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20%대로, 침투율이 30~50%에 달하는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도 신선식품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플랫폼 신뢰도 측면에서 환영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카테고리가 이커머스 플랫폼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 판단하고, ‘식품 강화’로 전략을 수정했다.

대형마트가 매장 리뉴얼에 이어, 식품의 신선도를 강조하고 마트의 경쟁력을 부각할 수 있는 프로젝트까지 가동하게 된 배경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신선식품 품질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유통 과정 전반을 개선했다. ‘업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이마트는 연내 최소 5개 이상의 출점 대상지를 확보하고,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스토어’의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첫 메가푸드 마켓을 오는 28일 경기 화성 동탄점에 오픈한다.

모객을 위해, 가장 경쟁력이 있는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힘을 주는 공통의 전략을 세운 것이다. 대형마트는 빠르게 제품을 소진해야 하는 ‘마감 세일’이나, 다양한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 밀키트 제작 등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매출 강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 전문 매장들 선전…마트 업황 기대감도 ↑

다행히 식품 관련 성적은 좋다. 11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 매출 증가율은 1분기 이마트 전체(0.5%)의 12배에 달한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매출도 각각 10%, 11%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식품 전문 매장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메가푸드 마켓으로 리뉴얼된 주요 점포의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95% 성장했다. ‘그랑 그로서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롯데마트 은평점은 매출이 10% 넘게 올랐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내 조직까지 정비하면서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 매출 강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 집밥 소비가 늘어나면서 반사 이익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과일이나 채소의 소매 가격을 낮추는 정부 지원책도 수요를 떠받칠 것으로 보인다. 또 ‘본질’인 식품으로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다양한 체험과 경험이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에 힘을 주는 것이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물품을 직접 보고 사려는 소비자 수요나, 대형마트의 신선식품이 품질이 좋고 저렴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여전한 상황이다. 신선식품 온라인 침투율이 아직 낮은 것도 이 때문”이라며 “대형마트가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잘 할 수 있는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전략에 힘을 준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형마트의 업황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하는 경기전망지수(RBSI)를 살펴보면, 대형마트의 2분기 RBSI는 1분기(85)보다 크게 증가한 96으로 나타났다. 2분기 경기가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대한상의는 신선식품 강화와 체험형 공간 확대에 따른 집객 효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등이 업황 기대감으로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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