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까지 확대되는 상속세 이슈 왜?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지난 연말 한 신문에 시가 15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상속받을 경우 2억4000만원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 이후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백억원 이상의 자산가에게만 부과되는 것으로 간주되던 상속세가 중산층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상속세 과세 대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세 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의 경우 상속세를 납부한 인원은 1만5760명으로 증가했다. 상속받는 사람 가운데 상속세를 납부하는 사람 비율은 2022년 4.53%로, 2000년 0.69%와 비교할 때 크게 상승했다. 상속세가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닌 보편적 세금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일단 세율이 높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율의 세금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45% 수준이며 독일, 벨기에 등은 30%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상속세 및 증여세가 전체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OECD 회원국 평균인 0.36%보다 4배 이상 높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증여세가 전체 조세 수입에서 1%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한국, 벨기에, 프랑스, 일본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시간이 갈수록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2022년 1.9%에서 2023년 2.5%로 상승했다. 물론 이와 같은 증가에는 이건희 회장 사망 이후 대규모 상속세 납부가 일회성으로 이뤄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의 상속세는 세율도 높으며,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2019년 5월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편적 세금으로 변하고 있는 상속세

상속세의 유래는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부가세는 물론 소득세보다도 훨씬 오래된 원초적 세금이라 할 수 있다. 한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상속세는 1970년대부터 점차 쇠퇴했다. 스웨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경우 상속세를 완전히 폐지했다. 미국의 경우 상속세는 1970년대 중반까지 최고 세율 70%로 전체 피상속인 7% 이상에게 적용되던 보편적 세금이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중은 0.07%로 하락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이루어진 세제 개편으로 인해 1361만 달러(약 188억원) 이상을 상속받을 경우에만 과세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상속세는 그 성격으로 인해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소득세, 재산세 등을 납부하고 남은 재산에 부과됨으로써 이중과세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다. 하지만 상속세는 부의 축적이 세대를 거치면서 집중화돼 사회가 극단적 양극화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스위스 UBS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에 처음으로 상속에 의해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 창업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 사람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부의 집중이 강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인용되고 있다. 상속에 의한 불평등이 커지는 만큼 상속세는 약화가 아니라 강화돼야 한다는 논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를 축적한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다시 격화되고 있다. 2045년까지 미국에서만 약 90조 달러(12경474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가 상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부에 상속세를 부과해 정부가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면 젊은 세대의 소득세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따른 각종 요양·보건에 필요한 재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상속세 부과는 상당 기간 동안 안정적인 재원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전체 피상속인 가운데 일부에게만 부과함으로써 사회 전반적인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과거 상속세와 유사한 성격의 부유세가 결과적으로 자산가의 해외 도피 및 자산 이전을 초래함으로써 대다수 국가에서 부유세가 폐지됐음을 고려해 본다면 상속세 강화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단언할 수 없다.

상속세에 대한 논의가 어려운 것은 누군가의 ‘죽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고인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결과에 대해 국가가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유발한다.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고인과의 기억과 추억이 담긴 주택이나 건물을 팔아야 한다는 점 역시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다. 그만큼 상속세는 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 상속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과연 불평등 해소나 완화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지는 불명확하다. 소수에게만 부담이 가중되는 상속세의 특성상 상속세 강화는 정치적 유혹으로 작용한다.

2023년 11월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관련 심의 자료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우선적으로 공제 액수 및 적용 대상 조정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 자체에 대한 논란보다는 상속세 납부 대상 확대의 타당성, 부과 방식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상속세 인적공제액은 1996년 이후 거의 변화 없이 5억원으로 책정돼 있어 부동산 등 자산 가치의 지속적 상승이 지속될수록 과세 대상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공제액을 상향하거나 공제액을 물가 또는 자산 가치의 변화에 연동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다음 세대로의 부의 이전이라는 행위는 동일하지만 생전에 이뤄지는 증여와 사망 후 이뤄지는 상속에 대한 차별적 기준 적용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일한 자산을 이전받더라도 증여세가 상속세보다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전 형태에 대한 제약 없이 비과세 상한을 설정하고 이를 넘는 금액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과도한지 여부를 다른 국가와의 평면적 비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소득세 비중이 높은 나라는 굳이 많은 상속세를 징수할 필요가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세금과 관련한 문제는 각 국가의 여러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세율이나 적용 대상 등 특정 사안을 중심으로 한 비교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중산층까지 상속세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한 대상 확대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공제 액수 및 적용 대상 조정 등과 관련한 제도 개선과 보완책을 우선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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