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전자담배 늑장출시 드러나…기술특허 10년 지나서 선보여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2014년 11월이었다. 필립모리스는 한국에서도 2017년 5월 아이코스를 출시했다.
KT&G[033780]는 부랴부랴 2017년 11월 전자담배 '릴'을 국내에서 출시했다. 후발주자인 KT&G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필립모리스를 추격해 근래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에서 1위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한동안 아이코스 독주를 지켜봐야 했다.
KT&G 전직 연구원이 24일 2조8천억원 규모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KT&G가 전자담배 기술을 일찌감치 확보해놓고도 10년이 지나서야 제품을 출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곽대근 전 KT&G 연구원은 내부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지만 보상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대전지방법원에 KT&G를 상대로 2조8천억원의 직무발명보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가열식 전자담배는 발열체 위치에 따라 내부가열식과 외부가열식으로 나뉜다. 곽 전 연구원은 소장에서 내부가열식 기술을 최초 개발해 2007년 한국에서 특허를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에 앞서 1998년 출시한 '어코드'는 외부가열식이며 2014년 내놓은 '아이코스'는 내부가열식이다.
곽 전 연구원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재유는 "KT&G는 해당 직무발명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국내 특허 출원 및 등록만 한 채로 해외에 특허 출원·등록 없이 거의 10년 동안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내부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 기술에 대한 해외 특허권이 확보되지 않아 글로벌 기업 A사 등 세계 유수의 담배 회사들은 곽 전 연구원이 개발한 것과 유사한 제품을 제조,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KT&G가 일찌감치 전자담배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글로벌 시장 판도가 지금과 달랐을 수 있다.
하지만 KT&G는 전자담배의 상업적 성공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릴' 기기 원천기술이 이미 2000년대 중반에 개발됐는데도 제품 출시가 경쟁사보다 늦어진 이유는 기술 개발 시점(2006∼2007년)에 관련 기술이 궐련형 전자담배 콘센트를 구현한 초기 상태였으며 상업화 가능성이나 소비자 선호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이에 후발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립모리스가 2014년 아이코스를 출시한 뒤 궐련형 전자담배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보이자 KT&G도 기존 전자담배 연구를 구체화해 제품(릴 솔리드1.0)을 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는 약 20%를 차지한다.
먼저 제품을 선보인 필립모리스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한 담배 가운데 전자담배 비중이 40%를 웃돈다. 하지만 KT&G는 매출에서 전자담배 비중이 13.3% 수준이다.
KT&G는 해외 전자담배 시장에서도 필립모리스 도움을 받는다. KT&G는 2020년부터 2038년까지 필립모리스에 릴을 공급하고 필립모리스는 이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판매한다.
권 전 연구원 측은 "(KT&G가) 내부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뒤 세계 전자담배 시장에 당당히 진출했다면 글로벌 담배 시장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KT&G는 아직도 일반 담배 시장을 더 크게 보고 있다"며 "이번에 새로 사장이 된 사람도 전자담배 사업이 아니라 일반담배를 하던 분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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