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힘들다고 반도체 핵심기술 中에 팔아 넘긴 대표이사

지난해 10월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에서 관계자가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의 핵심 기술들을 중국 신생 경쟁업체에 유출해 막대한 이득을 챙긴 '산업 스파이' 4명이 4년 간의 수사와 재판 끝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 김희영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징역 1년∼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피고인 4명 가운데 수사에 협조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법정 구속됐다. A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대구 소재의 반도체 및 태양광발전용 전문 장비 제작업체에는 3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A씨 등 피고인 4명은 앞서 지난 2015년 8월∼2018년 3월 국내 피해 기업의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를 위한 '단결정 성장·가공 기술'과 관련된 핵심 기술 자료 2건을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신생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업체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단결정 성장·가공 기술은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첨단기술이다. 특히 중국 측에 넘어간 핵심 자료들은 피해 기업이 지난 1999년부터 상당한 규모의 연구비와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이전에는 주로 태양광용 단결정 성장 장비를 제조·판매하던 A씨 업체가 국내 태양광 산업 침체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위기에 처하자 범행을 감행했다. 2015년 상반기 무렵 A씨 업체는 중국 업체로부터 반도체용 단결정 성장 장비 납품을 의뢰받았다. A씨 업체는 이와 관련해 필요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회사의 경영 상황을 타개하고자 중국 업체 측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A씨는 또 다른 피고인인 B씨·C씨 등 2명과 공모해 피해 기업의 핵심 기술을 몰래 사용한 부품 설계 도면 등을 만들어 중국 업체 측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피고인 D씨 역시 피해 기업과 연관이 있는 구미의 한 하청업체로부터 부당한 방법으로 피해 기업의 또 다른 핵심 기술 자료를 확보했다.

A씨 등의 이러한 범죄 행위는 지난 2020년 6월 산업 기술 유출 대응 활동을 벌이던 국가정보원에 의해 포착, 이후 검찰로 이첩됐다. 국내 피해 기업의 핵심 기술을 취득한 중국 회사는 관련 수사와 재판이 4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반도체용 대구경 단결정 성장·가공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고, A씨 업체는 관련 분야 장비를 수출하며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 기업의 영업 비밀이 중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잘 알면서도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 사용·누설했다"며 "이러한 범죄를 가볍게 처벌한다면 해외 경쟁 업체가 우리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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