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차이나’ 찾더라도 ‘차이나’ 포기해선 안 돼”

  20 05월 2024

‘넥스트 차이나’, 즉 중국 다음의 투자 거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각되기 시작했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 단순히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거론되던 이 키워드는 16년이 지난 지금,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됐다. 세계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던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위축되고, 미·중 경쟁 격화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등 변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사활을 걸고 넥스트 차이나를 찾아내지 않으면 고립과 쇠퇴를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그러나 넥스트 차이나 시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중국도 포기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여전히 중국은 우리의 1대 교역국인 동시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차이나’를 버리지 않은 채 넥스트 차이나도 적극적으로 챙겨가야 하는 게 현시점의 생존 공식이다. 

최근 한국이 가장 주목하는 넥스트 차이나 시장인 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대(對)한국 교역 규모가 1위 중국(2676억6000만 달러)의 30% 수준에 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주요 신흥국 수출환경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신흥국 동향을 분석하면서 넥스트 차이나로 거론되는 국가의 총수입액 대비 대한국 수입액 비중은 베트남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5% 내외 수준이며, 그마저 축소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한국 수입액 비중이 베트남은 16.3%지만 그 밖에 인도네시아(5.2%), 말레이시아(4.5%), 인도(3.2%), 사우디아라비아(3.0%) 등은 미약한 수준에 그쳤다. 각국의 나머지 수입액은 다른 나라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주요 신흥국별 수출환경이 서로 다른 만큼 각국의 여건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출 유망 분야 발굴, 적극적인 마케팅 등을 통해 수출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국의 경기와 구매력 회복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나, 이구환신(以舊換新·구형 소비재의 신제품 교체) 등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활용한 수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리더 역할을 수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4월28일 베이징으로 날아가 중국 경제정책의 실권을 쥔 것으로 평가받는 ‘거시경제 사령탑’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회동했다. 허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새로운 발전 이념을 전면적으로 적용해 새 발전 패러다임 구축을 가속화하고 신품질 생산력을 육성하며, 고품질 발전을 확고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고 했다. 이에 최 회장은 “SK도 중국 경제에 대해 확신에 가득 차 있고, 중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5월2일 서울에서 열린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선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국 시장을 재조명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수출도 해야 하고 경제 협력을 많이 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이고 판매처이고 협력처”라며 “경제 문제를 풀 때는 차가운 이성과 계산으로 합리적인 관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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