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오랜만에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면서 얼어붙었던 매기(買氣)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고유가·고금리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대외 악재가 누적된 가운데 한 달 내내 이어져 온 외국인 매도세는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부담이 됐다. 이 때문에 외국인 순매수 전환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단비나 다름없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증시 바닥의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외국인의 추세적인 매수 전환을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7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근 한 달간 이어온 순매도세를 멈추고 4천3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9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는 전날보다 0.98% 오른 2,460.17, 코스닥시장은 1.21% 상승한 820.38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6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총 2조7천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3∼4월(당시 30일 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의 외국인 순매도 기록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총 8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3천252억원)와 SK하이닉스[000660](1천476억원) 등 반도체 대형주를 집중 매수했다. 덕분에 두 종목의 주가는 이날 각각 3.12%와 4.75% 급등했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는 그동안 증시 조정을 유발한 대외 악재들의 완화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증시 바닥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대외 불확실성의 완화와 환율 안정, 반도체주 순매수 전환의 결과로 보인다"며 "환율 안정이 가시화되면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의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유가 변수 등이 겹치면서 공포심리가 작동해 증시의 낙폭이 커진 면이 있다"며 "펀더멘털로 설명 가능한 코스피 바닥은 2,900선 정도로 본다. 바닥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의 실적, 업황, 수출이 바닥에서 돌아 나오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쌓이면서 외국인이 긴 호흡에서 주식 매집을 시작하는 구간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세 유입을 점치긴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이 양호한 데다 코스피가 9월 중순 2,600을 찍고 가파르게 하락했기 때문에 충분히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추세 전환을 논하려면 여전히 금리 변동성과 빅테크 등의 실적 확인이 필요하다"며 "금리가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결국 변동성 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외국인 매수세로 보기는 어렵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저가 매수세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며 "이 역시 지속성과 높은 매수 강도가 뒷받침돼야 시각 전환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장은 3분기 실적 개선 유무가 주가에 중요하지만 가격 매력이 높아진 구간이기 때문에 소외 업종 중에서 업황 바닥을 통과했다는 신호를 주는 업종이 의외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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