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4.5도’ 공식 깨졌다…여름철 앞둔 ‘맥주 전쟁’ 키워드는

  22 05월 2024

맥주의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을 앞두고, 주류업계가 ‘맥주 전쟁’에 돌입했다. 업계는 낮아진 알코올 도수와 칼로리를 무기로 신제품 출시에 나서며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겨냥하고 있다. 술을 마실 때도 ‘보다 더 건강한’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상충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던 ‘음주’와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새롭게 만나는 모양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들 ⓒ 연합뉴스

1.5도 맥주 등장…20대가 매출 절반 차지

그동안 지켜왔던 ‘맥주=4.5도’ 공식이 깨졌다. 그동안 저알코올이나 무알코올 주류는 술을 피해야 할 때 선택하는 대안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낮은 도수의 술을 의도적으로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 현상을 ‘NoLo(No and Low Alcohol)’라고 부른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2030세대다.

최근 편의점 CU가 출시한 ‘1.5도’의 초저도수 맥주의 존재는 이 트렌드를 반영한다. 실제로 저알코올이나 무알코올 주류의 연령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30세대의 비중은 2022년 69.7%에서 2023년 71.7%, 올해 1~4월 72.8%로 늘어났다.

알코올 도수가 1도 미만인 경우 무알코올 음료로 분류되고, 1도는 알코올 도수의 오차 발생 가능성이 있어 주류로 분류되지 않는다. 무알코올 맥주와 그동안 판매되던 맥주 사이의 틈으로 들어가, 아직 하나의 맥주 브랜드에 충성도가 형성되지 않은 젊은 세대를 공략한 것이다.

1.5도 맥주는 출시 8일 만에 국산 맥주 15종 중 판매량 5위를 기록했다. 매출을 끌어올린 것은 20대다. 20대 매출 비중은 50.7%로 절반이 넘었고, 30대(38.4%)가 그 뒤를 이었다. 다른 국산 맥주 매출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7.7%인 것을 볼 때, 저알코올 맥주에 대한 20대의 수요가 유독 높게 나타난 것이다.

편의점 CU가 출시한 1.5도 맥주 ⓒCU 제공

열량 ‘더 가볍게’…건강 강조해 스포츠 마케팅도

새로운 소비 세대를 마주해, 맥주의 열량도 가벼워졌다. 기존 카스 프레시보다 열량과 알코올 도수가 낮은 ‘카스 라이트(4.0도)’로 시장을 선도한 오비맥주는 라이트 맥주 군을 확대하고 있다. 라이트 맥주는 100㎖ 기준 열량이 30㎉ 이하인 맥주다. 최근 오비맥주는 두 번째 라이트 맥주인 ‘미켈롭 울트라’를 공식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는 4.2도로, 칼로리는 330㎖기준 일반 캔 맥주 칼로리의 절반인 89㎉다.

미켈롭 울트라는 라이트 맥주 수요가 높은 미국에서 2002년 출시된 맥주로, 저칼로리, 제로슈거, 저탄수화물 등을 내세웠다. 본격적으로 열린 국내 라이트 맥주 시장 선점에 나서기 위해 ‘헬스 앤 웰니스’ 이미지를 구축한 맥주를 국내 시장에도 선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건강을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도 주목된다. 특히 겨냥하는 스포츠는 ‘골프’다. 돌려 딸 수 있는 스크루 캡과 급속 냉각이 가능한 알루미늄 병 등을 사용해 골프를 즐기면서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전국 140여 개 골프장에서 판매를 시작해 골프 애호가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차차 판매처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스 라이트와 스포츠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미켈롭 울트라를 통해 투트랙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카스라이트의 제로슈거, 저칼로리, 낮은 도수 등 장점을 직관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지난 2월 패키지를 리뉴얼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도 라이트 맥주로 여름 시장을 두드린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라이트 제품은 ‘에스 라이트’ 한 가지지만, 가벼운 칼로리를 지향하는 트렌드에 따라 ‘테라’의 저칼로리 제품인 ‘테라 라이트’ 출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라이트는 과거 출시했던 맥주 ‘에스’를 리뉴얼해 지난해 2월 출시한 제품으로, 칼로리는 100㎖당 26㎉다. 일반 맥주보다 34% 낮은 수치로, ‘가벼움’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병 색깔도 녹색에서 투명으로 바꿨다.

오비맥주가 출시한 라이트 맥주 미켈롭 울트라 ⓒ오비맥주 제공

‘제로’로도 경쟁…편의점 마케팅도 활발

낮은 알코올 도수로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제로’ 맥주로도 향한다. 그동안 무알코올 맥주는 가정용으로 주로 소비됐다. 그러나 주류 도매업자가 무알코올 맥주를 유통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식당에서도 무알코올 맥주를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업계는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81억원에 그쳤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1년 2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올해 시장은 6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알코올 전쟁’이 펼쳐질 플랫폼으로는 편의점이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근거리 플랫폼인 편의점이 소비자와의 연결 고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주류 소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세 이상 59세 미만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에서 마실 주류를 주로 구매하는 채널 중 편의점이 1위(30.9%)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4개 1만원’ 등으로 진행됐던 편의점 맥주 행사에도 무알코올 맥주가 편입됐다. 수입 무알코올 맥주에 대항해, 국내 맥주업계는 무알코올 맥주 ‘3개 3000원’ 행사도 진행한다. 카스 0.0, 하이트제로 등 할인 행사가 5월에도 이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이트 맥주’는 이미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더 가벼운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국내에서도 늘어나면서, 맥주업계가 도수와 열량을 낮추는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오비맥주처럼 ‘건강’이나 ‘스포츠’를 저도주 마케팅 키워드로 삼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