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이용자들, 가격 인상에 광고 택하고 계정 나눈다

  23 05월 2024

OTT 플랫폼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리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구독 성향에 변화가 생겼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또 구독자 10명 중 8명은 이용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플랫폼의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구독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freepik

월 3만원 이상 쓰는 구독자 11%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23일 발표한 구독 서비스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9명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62.5%(중복 응답)가 OTT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OTT로 인해 지출되는 월 평균 금액은 1만~2만원 사이가 43.8%로 가장 많았고, 1만원 미만(23.2%), 2만~3만원 미만(22.0%)이 그 뒤를 이었다. 3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소비자도 11%였다.

시청 빈도를 묻자 매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43.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OTT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연이은 요금 인상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OTT는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작년 12월 넷플릭스는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9500원)를 폐지했고, 디즈니플러스는 9900원이었던 단일 요금제를 스탠다드(9900원)와 프리미엄 요금제(1만3900원)로 세분화하면서 기존 요금제의 혜택을 프리미엄 요금제에서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다.

앞서 월 요금을 올렸던 티빙은 지난 1일부터 연간 구독권 가격을 기존 대비 20% 인상했다. 9만4800원이었던 연간 베이직 구독권은 11만4000원으로 올랐다. 스탠다드는 16만2000원, 프리미엄은 20만4000원으로 인상됐다.

라임은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 피로도를 느낀 고객들이 알뜰하고 합리적인 요금을 찾는 움직임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영상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광고형 요금제’로의 이동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2022년 말부터 월 5500원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 3월 국내 OTT 중 처음으로 광고형 요금제(5500원)를 도입했다.

광고 시청이라는 번거로움이 존재하는 요금제는 표류할 것이라던 시장의 전망과 달리,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용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이 요금제를 도입한 국가의 가입자 중 40%가 광고 시청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라임의 조사 결과에서도 광고형 요금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비중은 37.1%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최근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국가의 가입자 중 40%가 광고를 보는 것을 선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요금 나눠 내자”…계정 공유 주의점은

요금을 분담하기 위한 ‘계정 공유’도 이뤄지고 있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10명 중 8명은 계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계정을 공유하는 대상은 가족(68.2%)이 가장 많았고, 친구가 19.6%로 그 뒤를 이었다.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도 6.6%였다.

계정을 공유하면 더 높은 화질의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파티원’을 직접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먹튀’ 사건이 발생할 경우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지난 1월에는 OTT 계정 공유를 빌미로 대학생 등에 접근해 구독료를 가로챈 20대가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구독료의 일부를 몇 달치 받아놓고, 몇 주~몇 달 뒤 조용히 구독을 끊는 수법을 쓴 것이다. 유사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액이라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클플러스나 링키드 등으로 대표되는 계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하는 구독자들도 늘고 있다. 사이트가 특정 OTT를 함께 볼 이용자들을 매칭해주는 것으로, 광고를 보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동 정산 기능 등을 도입해, 매달 결제 때문에 서로 연락해야 하는 불편함도 줄였다는 설명이다.

앞서 월 요금을 올렸던 티빙은 지난 1일부터 연간 구독권 가격을 기존 대비 20% 인상했다. ⓒ티빙 제공

디즈니플러스도 계정 공유 단속 예고…토종 OTT는?

그러나 OTT 플랫폼들이 가족 외 타인과의 계정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단속을 시작할 경우,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가족 외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적인 비용(1명당 5000원)을 내도록 했다. 이로 인해 계정 공유 사이트는 넷플릭스의 추가 비용을 고려해 1인당 9900원으로 이용료를 상향했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약관을 통해 가족 외 구성원과의 계정 공유를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본격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았던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초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오는 6월부터 일부 국가에서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확인한 만큼, 계정 공유 단속 흐름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 시점에서 토종 OTT 플랫폼이 계정 공유에 칼을 빼 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디즈니플러스가 계정 단속을 시행하더라도, 티빙 등 토종 플랫폼은 바로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정 단속으로 인한 고객들의 이탈 움직임을 지켜보고, 오히려 ‘낙수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이 효과가 있었던 배경에는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이 있었다”며 “티빙이 현재 스포츠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모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익성’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