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리아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 차이

미국과 유럽, 인도, 일본 등 글로벌 증시의 대다수 국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예외다. 이유가 뭘까. 그 답은 대체로 이렇게 모아진다. 우리나라 상장회사들은 기업 지배구조가 후진적이고 제도와 문화가 미비해 기업의 성과를 주주들과 나누는 배당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주주의 이익과 소액주주의 이익이 충돌할 때 늘 대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들을 좀 더 찾아볼 필요는 있겠다. 인도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게 인도 상장회사들이 우리나라보다 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못 오르는 중요한 이유는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엉뚱한 종목들이 말도 안 되는 ‘코리아 프리미엄’을 받고 있으니 정작 올라야 할 주식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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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배터리 테마든, 대선 테마든, 바이오 테마든 특정 테마에 바람이 불면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한다. 대통령 후보의 고등학교 동창이 사외이사라는 이유로 주가가 서너 배씩 오르는 일은 부지기수다. 모든 애널리스트가 너무 비싸다며, 거품이라며 두 손을 드는 종목들도 개인들의 자금이 몰리면 그 지점에서 두 배가 더 오르는 건 일도 아니다. 이런 게 코리아 프리미엄이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시가총액이 커졌다는 이유로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고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기관들의 펀드 자금은 거품이라던 가격에서 두 배가 더 오른 가격에 그 주식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 연기금의 자금을 운용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게 유일한 수익모델인 기관들의 처지가 코스피200지수를 운용 수익률의 벤치마크로 삼고 평가하는 연기금들의 경직된 평가 기준과 만나면 1년도 안 돼 5배가 오른 종목도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는 순간 사들여야 한다. 이런 코리아 프리미엄을 없애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사라진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만한 점은 코스피 지수의 산출방식 때문에 생기는 착시 문제다. 코스피 지수는 전고점인 3300에 한참 못 미치지만, 사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종목의 시가총액 총합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 상장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를 기준으로 증시를 평가하면 우리나라 증시도 전고점을 돌파했다는 뜻이다.

주가지수는 대개 지수 구성 종목 시가총액의 변화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상장 종목들의 주가가 올라서 시가총액이 커지면 지수도 함께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자주 하거나 새로운 종목들이 상장되거나 하면 시가총액 변화와 지수의 변화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상장주식 전체 시가총액과 맞먹는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되면 우리나라 상장주식의 전체 시가총액은 단숨에 두 배가 되지만 코스피 지수는 제자리다. 기존 보유 주식의 주가가 오르지 않았는데 증자나 신규 상장으로 인해 지수가 괜히 오르는 걸 막기 위해 만든 일종의 지수 보정방식 때문이다.

시가총액 70조원인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에 새로 상장되면서 12조원의 증시자금을 끌어들여 회사 금고를 채웠지만, 코스피 지수는 단 1포인트도 오르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12조원의 자금이 이 회사 주식이 아닌 다른 주식에 투자됐다면 코스피 지수가 그만큼 올랐을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잘 오르지 못하는 건 계속 새로운 기업들이 증시에 들어오고 기존 기업들은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런 해석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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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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