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후폭풍도 ‘역대급’…SK 지배구조 ‘흔들’?

  03 06월 2024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단을 두고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2심 판결대로 1조4000억원 가량의 재산 분할이 확정될 경우, 재계 2위인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에서 ‘주식도 분할 대상’이라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내 이혼 소송 사상 재산 분할 최고액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보유 재산을 4조115억원으로 산정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대법원 확정 판결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이자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자 비용만 하루 1억8000만원, 연 69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5월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 연합뉴스

1.4조 재원 마련 어떻게?…SK실트론 ‘부각’

천문학적 금액이 재산 분할 규모로 제시된 만큼, 재계 일각에선 최 회장이 SK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재 최 회장의 자산 대부분은 SK 지분으로, 주식을 제외한 다른 현금성 자산 보유 금액은 2000억~3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SK를 통해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 E&S·SKC·SK네트웍스·SK에코플랜트 등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SK의 시가총액은 12조8975억원으로, 최 회장의 지분 가치는 2조2867억원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재산 분할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단순히 SK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카드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 안팎의 관측이다. 최 회장의 SK 지분이 흔들리면 다른 그룹에 대한 의결권도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최 회장의 재산 분할금 재원 1순위로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지분을 주목하고 있다. 일단 보유 현금과 부동산 매각 등으로 자금 일부를 충당한 뒤 SK실트론 지분 매각으로 재산 분할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LG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지분 인수에 참여해,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현재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SK실트론의 최대주주는 SK로,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연합뉴스

지분 매각 시 ‘세금 폭탄’…대출도 ‘한계’

다만 당시 실트론 인수가 TRS(총수익스왑)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변수다. TRS는 지분 가치 변동에 따라 투자자가 손익을 취하고 자금을 댄 금융사는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을 증권사와 나눠 가지고 있어, 지분 매도 금액이 전부 최 회장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고 해도 손에 쥐는 금액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법에 따르면 대주주의 경우 주식 양도로 인한 차익이 3억원을 초과하면 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주식담보 대출이 거론된다. SK 주가는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이 나온 당일부터 이틀간 20% 넘게 급등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17만6200원으로 마감했다. SK 주가가 올라갈수록 대출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최 회장이 이미 SK 주식을 담보로 4895억원 상당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져,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최 회장 측은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까지는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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