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질주에 환호하지만…AI 시장 ‘빈익빈부익부’에 골머리

  03 06월 2024

글로벌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 업체인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AI 산업 수요가 폭증하면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엔비디아의 ‘AI 칩’이 불티나게 팔리면서다. 일각에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수년 내 한화 약 1경원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빅테크 산업 전반으로 보면 마냥 웃을 순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그 수혜를 엔비디아를 비롯한 특정 업체 일부만 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잇따라 ‘반(反)엔비디아 연합’을 구축해 대응에 나섰다.

엔비디아가 2일(현지 시간)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델 ‘루빈’ 출시 계획을 밝혔다. ⓒAFP=연합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엔비디아 ‘기술 혁신’ 가속화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모델 ‘루빈’에 초점이 쏠렸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에도 신제품 ‘블랙웰’을 공개한 바 있다. 블랙웰은 올해 하반기 양산될 예정인데, 그 전에 또 다른 신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루빈의 출시 시점은 2026년으로 예고됐다.

엔비디아는 향후 신제품 출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앞당긴다는 입장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컴퓨팅 기술의 인플레이션을 목격하고 있다”며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기존 컴퓨팅 방식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을 가속화해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겠다는 뜻을 공고히 한 대목이다.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성장 가능성에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1경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O펀드’ 소속 애널리스트 베스 킨디그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시총이 270% 더 급증해 10조 달러(약 1경38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독보적 기술력에 기반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1096.33달러로, 시가총액 2조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 시총 2위인 애플(2조9500억 달러)과 불과 2500억 달러 차이다.

5월30일(현지 시간) 미국 빅테크 기업 8곳이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에 대항하기 위해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를 구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엔 ‘비용’ 문제…“엔비디아 독점 깨자”

그러나 최근 들어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인텔‧AMD‧브로드컴‧시스코‧HP엔터프라이즈 등 미국 빅테크 기업 8곳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라는 연합체를 구성하고 AI칩 관련 기술 표준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사실상 ‘반(反) 엔비디아 연합’을 구축한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엔비디아 독점 구도에 균열을 내려는 배경엔 결국 ‘비용’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판매하는 AI칩 가격은 3만 달러(약 4000만원)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I 서버를 구축하려면 AI칩 수백 개에서 수천 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수십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엔비디아 AI칩을 받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어, 엔비디아로선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아직 시장에서 엔비디아 경쟁 기업들의 자체 AI칩 개발 또는 출시 관련 긍정적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 상태다. 다만 증권가에선 엔비디아의 지속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조정 장세에 대비하라는 조언이 잇따른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AI에 대한 관심은 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엔비디아의 실적이 점점 높아지는 눈높이에 언제까지 부응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AI 산업에 치우쳐져 있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라며 “빅테크를 제외한 여타 기업들의 실적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빅테크 조정 압력이 커질 경우 전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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