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기만 하면 대박”…韓 ‘산유국 도전’, 넘어야 할 산 세 가지

  04 06월 2024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 발표에 경제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7년간 꾸준히 동해 탐사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자료라는 입장이다. 당국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시추 탐사에 돌입해, 빠르면 10년 뒤인 2035년부터 상업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한국의 ‘산유국 도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당장 시추 작업을 진행하는 데 수조원대의 재원이 필요한데, 실패확률은 80%에 달한다. 힘들게 채굴에 성공한다 해도 석유‧가스가 상업화 가능한 품질일 지도 미지수다. 이에 업계에선 “허황된 얘기는 아니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 가스와 석유를 생산한 동해 가스전 ⓒ연합뉴스

계속된 韓 산유국 도전, “이번엔 다르다” 자신감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2월부터 경북 포항 일원 동해 심해 유망구조 탐사시추를 개시한다. 이 지역에는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 예상 자원은 천연가스 75%, 석유 25%로, 각각 최대 29년,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규모다. 정부는 이를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약 1조4000억 달러(1927조38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이 동해 에너지 자원 시추를 시도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98년에는 가스전이 실제 발견됐고, 1976년 박정희 정부 당시에는 경제성을 이유로 1년 만에 시추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다. 이번 동해 심해 탐사 평가를 시행한 곳은 세계적인 심해 평가 전문기관인 미국의 ‘액트지오(Act-Geo)’다. 이 기업은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 탐사에 참여하며 명성을 쌓았다. 정부는 과거에 비해 탐사 기술의 정확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에너지 자원 매장이 ‘사실’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일 공개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념도 ⓒ대통령실 제공

진짜 석유 나오나? “일단 뚫어봐야 안다”

다만 에너지 자원 실존 여부와 상업화 여부는 별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시추에 성공하기까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힘들게 발견에 성공하더라도 매장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는 이번 시추 작업의 성공 확률을 20%로 보고 있다. 바꿔 말하면, 실패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얘기다. 보통의 성공 확률은 10% 수준이라고 한다. 이에 비하면 성공 확률이 2배나 높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최소 5번의 시추를 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무턱대고 시추를 여러 번 시도할 수도 없다. 시추공을 한 번 뚫을 때마다 소요되는 비용은 1000억원 가량으로, 막대한 재원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이다. 정부 구상대로 최소 5번을 뚫는다면 5000억원이 필요하다. 개발 실무를 주도할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는 이미 20조원이 넘어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투자금을 원만히 조달하려면 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수익을 나눠가져야 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열심히 채굴에 성공한다 해도 상업화가 가능한 품질일지는 미지수다. 예상보다 매장량이 적거나 품질이 낮다면, 개발 비용보다 상업 생산 후 수익률이 낮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탐사 초기…확신하긴 일러”

이에 업계에서는 “아직 확신을 갖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전이 실제로 상업화되기까지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성 평가 등에서 좌초될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며 “마냥 허황된 소리로 치부할 것은 아니지만 유전개발 특성은 장기적 관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만약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채굴 원가가 경제성 있을 지 불확실하다”며 “이번 가스전의 경우 한국석유공사가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 지분을 보유하게 될지, 민간 혹은 외국 자본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아직 불확실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평가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도 “아직 탐사 초기단계로 확신을 갖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며 “매장량도 통상 최소치가 신뢰성이 높아 추가적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시추 비용 집행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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