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석유’ 논란 증폭…美 액트지오 측 방한으로 급한 불 끌까

  05 06월 2024

동해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과 인터뷰한 후 공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 영일만에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발표의 근거가 된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대표가 5일 한국을 찾았다. 기대보다 큰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논란 해소 위해 많은 정보 제공할 것” 

아브레우 대표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과 만나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발표 이후 한국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께 더 나은,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직접 방한했다”고 밝혔다. 

‘동해 심해 가스전의 경제성이 높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브레우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조사된 광구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의뢰받았다”며 “우리가 검토한 것은 이전에 깊이 있게 분석된 적이 없고, 새로운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이어 “한국석유공사와의 비밀 유지협약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순 없다”면서 “곧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드리겠다”며 공항을 벗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아브레우 대표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관한 질문을 받겠다고 전했다. 방한 기간 아브레우 대표는 기자회견 외에도 정부·석유공사 관계자 접견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3일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전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후 주무 부처인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인 미국 액트지오를 통해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관련 자료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동해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석했다. ⓒ연합뉴스

국익 차원에서 분명 고무적인 소식이었지만, 갑작스러운데다 신뢰성이나 실현 가능성도 현재로선 불분명해 의문부호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야권은 무차별적인 비판을 자제하면서도 의심과 우려를 강하게 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탐사와 시추 과정에서 예산 낭비 요소가 없도록, 그리고 국민의 기대를 과도하게 자극해서 나중에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같은 충격이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산업부의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한 데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 예산이 아닌) 민간 자본을 유치해서 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향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에 대한 현안 질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의구심이 기대감 압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정을 이렇게 대충대충 운에 맡겨도 되는 건가”라면서 “잘 안 되면 또 없던 일로 할 건가, 아니면 시추 작업을 정권 지지율 상승 도구로 사용하려고 일단 지른 건가”라고 물었다. 김준형 혁신당 의원은 “(실패로 끝난)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의 영일만 석유 발표의 판박이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인터넷상에서도 누리꾼들의 의구심 섞인 반응이 긍정론을 압도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1976년 1월 기자회견에서 영일만 부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75년 12월 영일만 일대에 뚫은 시추공 3개 중 하나에서 나온 드럼 한 통 정도의 기름을 근거로 한 발표였다. 박정희 정부는 해당 기름을 휘발유, 경유, 등유, 증유, 가스 등 여러 물질이 골고루 섞인 원유로 판단했으나, 추가로 조사해 보니 아니었다. 경유 성분 비중이 굉장히 높게 나온 것이다. 결국 유의미한 성과는 없고 정부의 섣부른 발표로 혼란만 가중된 채 상황이 일단락됐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내년 상반기까지 탐사·시추 결과가 어느 정도 나올 테니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로서는 대국민 홍보와 소통을 통해 어떻게든 비판 여론을 가라앉혀야 하는 현실이다. 

일각에서 액트지오의 기술 역량 등 전문성을 둘러싼 의구심까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아브레우 대표의 방한은 여론의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석유공사는 액트지오가 2016년 설립된 이래 가이아나, 볼리비아, 브라질, 미얀마, 카자흐스탄 등에서 다수의 주요 프로젝트 평가를 수행한 점을 들어 전문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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