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요 주주 중 한 곳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수십조원대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운용사인 노르웨이 은행 투자관리(NBIM)는 전날 성명을 통해 오는 13일 열릴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CEO(최고경영자) 보상안 재표결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알렸다. NBIM은 그 근거에 대해 "이 보상안의 전체 규모와 주식 가치 희석 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NBIM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테슬라 전체 지분의 0.98%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 주주 중 8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펀드는 앞서 2018년 테슬라의 CEO인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을 처음 투표했을 당시에도 반대표를 표명했다.

테슬라가 머스크에게 막대한 규모의 스톡옵션을 주는 내용의 이 안건은 일찍이 2018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승인됐다. 그러나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올해 1월 잠정 승소하면서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해당 소송의 최종 판결은 원고 변호인단에게 지급할 법률 수수료의 심리 결과 등과 함께 오는 7월 확정될 예정이다.

테슬라 이사회는 항소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자사 주주들이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작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해당 보상안을 재승인하는 안건이 오는 13일 주총 투표 안건으로 올려진 상황이다. 

그러나 NBIM에 앞서 또 다른 주요 주주 중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해당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힌 데다 기관투자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반대를 권고해 이번 재표결 결과를 예단하기가 어려워졌다. 테슬라의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월가의 배런 캐피털은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해당 보상안은 테슬라가 머스크 CEO에게 매출과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단계별 성과를 달성할 때마다 총 12회에 걸쳐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는 게 골자다. 지급 조건으로 명시된 성과를 모두 달성한 머스크는 약속된 스톡옵션을 다 받은 상황이다. 이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할 경우, 머스트는 주당 23.34달러에 약 3억400만 주를 매입할 수 있다. 전 거래일인 7일 기준 테슬라 종가(177.48달러)를 고려했을 때, 머스크는 469억 달러(약 64조원)에 달하는 차익을 얻는 셈이다.

전기차 시장 부진 등으로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29% 급락한 상황이다. 스톡옵션의 가치 역시 이 보상안이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진 올해 1월의 560억 달러(약 77조3000억원)와 비교해 10조원 넘게 줄어든 상태다.

머스크 CEO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NBIM의 결정은) 멋지지 않다"면서 "실제로 주주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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