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 비중 ‘역대 최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주요 기업체 건물들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도 모두 뒷걸음질 쳤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12일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3만2032곳)의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은 지난해 219.5%를 기록했다. 전년의 443.7%보다 급락하며 2013년 관련 통계 편제 후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더 많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기업 비중은 34.6%에서 40.1%,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로 수익성이 양호한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의 기업 비중은 38.9%에서 31.7%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강영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차입금 평균 이자율이 상승하고, 금융비용 부담률도 상승했다"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하락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도 모두 악화했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2022년 16.9%에서 지난해 -2.0%로 눈에 띄게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0년(-3.2%), 2015년(-2.4%)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비율이다.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 장비, 석유 정제·코크스를 중심으로 2.7%, 비제조업은 운수·창고업,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1.2% 각각 매출액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18.1→-2.8%)과 중소기업(12.3→1.4%)의 매출액 증가율이 동반 하락했다. 연간 총자산증가율도 2022년 7.8%에서 지난해 5.4%로 떨어졌다.

수익성 지표도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3.8%)과 세전 순이익률(4.4%)이 2022년의 5.3%, 5.1%와 비교해 모두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6.3%에서 3.2%로, 세전 순이익률은 5.1%에서 4.4%로 각각 하락했다. 비제조업은 영업이익률이 4.1%에서 4.4%로 증가했으나, 세전 순이익률이 3.7%에서 3.6%로 떨어졌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2022년 105.0%에서 지난해 102.6%로 다소 하락했고, 차입금 의존도(28.8%)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강 팀장은 향후 전망을 두고 "2024년에는 전반적으로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석유 정제나 화학, 1차 금속 업종은 부진할 수 있고, 부동산 경기 부진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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