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청사진 공개…‘점유율 60%’ TSMC 추격 발판 마련할까

  13 06월 2024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할 반도체 부문의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2027년 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을 도입해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의 TSMC를 앞서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좀처럼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꺼낸 비책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초기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긴 삼성전자가 2019년 제시한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시점이 점점 다가오면서 더욱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대역전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개최하며 ‘원스톱 AI 솔루션’을 내놓았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어드밴드스 패키지(첨단 조립) 사업을 통합해 AI칩 공급 기간을 20%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번에 공개된 전략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내년부터 시작하는 2나노 공정에 2027년까지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도입하기로 발표한 점이다. 후면전력공급은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 뒷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의 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기술로, 초미세공정을 획기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TSMC와 인텔 등 경쟁사들도 앞다퉈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고난도 기술이라 아직 상용화 사례는 없다. 그동안 반도체 전력선은 웨이퍼 앞면에 회로를 그렸지만, 후면에도 이를 그리게 되면 초미세화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아왔다.

후면전력공급 탑재 선언은 사실상 TSMC가 발표한 공정 로드맵에 맞불을 놨다고 볼수 있다. 앞서 TSMC는 오는 2026년 하반기 1.6나노 공정을 시작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상황이다. 경쟁자인 TSMC와 인텔이 1나노 로드맵을 앞당기며 나노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2나노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3나노 이후 수요가 늘어날 2나노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주도권을 빼앗긴 AI칩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상무는 “올해 AI 칩 매출은 지난해 대비 1.8배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2028년 AI칩 관련 매출은 지난해 대비 9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가 갈수록 매출이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고객 수 역시 “지난해보다 올해는 2배로 늘어나고, 2028년에는 4배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 모습 ⓒ삼성전자 제공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무색한 결과…시간이 없다

이번 전략 공개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TSMC에 빼앗긴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도 그럴것이 삼성전자는 좀처럼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1분기 33억6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7.2% 줄어든 수준이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분기 11.3%에서 올해 1분기 11%로 0.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TSMC의 매출은 전 분기보다 4.1% 감소한 188억47만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더 부진하면서 점유율은 61.2%에서 61.7%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TSMC 간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4분기 49.9%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50.7%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공개하고,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설계와 파운드리 등을 종합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공표한 바 있다.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다. ‘글로벌 1위 목표’까지 5~6년이 남은 시점에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셈이다.

업계에선 초기 AI칩 시장 선점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AI반도체 시장이 열리는 시점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면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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