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에 1400억 과징금 ‘업계 최대’…쿠팡 “행정소송”

  13 06월 2024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부당 우대했다며 ‘과징금 1400억원’의 철퇴를 내렸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들을 동원해 PB 상품에 긍정적인 구매 후기를 다는 방식으로 랭킹을 올렸다고 판단했다. 쿠팡의 PB 상품 우대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막았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쿠팡에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13일 밝혔다. ⓒ시사저널 고성준

공정위, 쿠팡 법인도 검찰 고발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13일 밝혔다. 또 행위중지명령, 행위금지명령, 위반사실 통지명령 등 시정명령도 부과했다. 공정위가 쿠팡에 부과한 과징금은 역대 유통업체에게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면서도 PB 상품과 직매입 상품 등 ‘자기 상품’을 판매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기 상품 판매와 입점업체 중개상품(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하는 업체 상품) 판매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쿠팡은 상품 검색 순위인 ‘쿠팡 랭킹’과 관련해, 판매량과 구매 후기 수, 평균 별점 등 소비자들의 반응을 반영해 검색 순위를 산정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상품 검색 순위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직매입 상품, PB 상품 등 자기 상품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검색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직매입 상품 5만8658개, PB 상품 5592개)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이에 ▲프로덕트 프로모션 ▲SGP(Strategic Good Product)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 등 3가지 알고리즘이 이용됐다. 

프로덕트 프로모션은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을 상위 고정되도록 노출하는 것을 뜻한다. SGP는 직매입 패션 상품과 PB 상품의 기본 검색 순위 점수를 1.5배 가중한 것이다.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는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에 대해 검색어 1개당 최대 15개까지 검색 순위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하는 알고리즘이다.

2020년 쿠팡의 생수 PB 상품인 ‘탐사수’는 100위권 밖에서 1위로 순위가 수직상승했다. 곰곰 크리스피롤, 코멧 대용량 리빙박스 등도 100위 이하에서 1위로 올랐다. 공정위는 판매량, 구매 후기 등을 반영하지 않은 쿠팡 랭킹은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PB 상품이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상위에 배치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개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21만 개 입점업체도 자신의 중개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올리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출도가 떨어져 판매가 부진해졌다는 것이다.

이어 공정위는 쿠팡이 앞서 ‘위법성’을 인지했다고도 판단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쿠팡 내부 문건에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랭킹을 올리다보니, 많은 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2022년 3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PB 상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 ⓒ연합뉴스

“전사적·조직적으로 PB 상품 리뷰 작성”

쿠팡은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긍정적 구매 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는 이른바 ‘임직원 바인’ 제도도 운영했다. 임직원들은 최소 7342개의 PB 상품에 7만2614건의 구매 후기를 작성했고, 평균 4.8점의 별점을 부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PB 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쿠팡체험단 등의 후기를 모으기 어려워지자,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297명의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긍정적 구매 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게 했다. 이를 통해 PB 상품의 검색 순위가 올라갔고, 구매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또 쿠팡의 운영위원회인 CLT(Coupang Leadership Team)에서 임직원 바인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전사적·조직적으로 PB 상품에 리뷰를 작성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2년 동안 출시된 PB 상품의 78%에 대해 후기를 집중적으로 달았고, 2019년 2월~지난해 7월 신규 출시된 PB 상품의 57.5%에 대해서도 이를 시행했다. 

임직원들에게 구매 후기 작성 방법과 관련된 매뉴얼을 숙지 시키고, 1주일 내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부정적인 후기는 작성하지 않도록 하고,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고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를 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쿠팡이 공정위의 1차 현장조사(2021년 6월) 이전까지 임직원이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높은 별점을 부여했다는 사실을 공정위에 알리지 않았지만, 조사 이후부터 임직원 참여 사실을 공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상품 검색 후 몇 단계를 클릭해서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도록 후기 하단에 임직원 작성 사실을 기재해, 그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정위는 쿠팡의 행위가 입점업체와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의 구매 후기 작성, 높은 별점 부여를 통해 입점업체의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자기 상품만 검색 순위 상위에 올려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쿠팡 서울 잠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쿠팡 “소비자 선택권 무시한 조치…공정위 형평 잃어”

쿠팡은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라며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하는 공정위 결정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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