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짧은 국내 공동주택의 평균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7일 발간한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의견을 밝히면서 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멸실 주택의 평균 수명은 통상 약 30년으로 미국(55년)과 영국(77년)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주택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적절한 유지·보수·개수와 같은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 건물 노후화가 촉진된 데다,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선호함에 따라 나타난 결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주택 건설의 단기간 반복은 자원 낭비, 환경오염,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 등을 유발하는 만큼 재건축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친환경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 수명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정책은 있으나 실질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전체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에서 주택 리모델링의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의 리모델링 비중은 이보다 더 낮은 0.5%에 그치고 있다. 다만, 공동주택 리모델링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의 비중이 2010∼2012년 15.9%에서 2021∼2023년 38.4%로 급증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서울시에서 총 17개 단지, 3000여 가구 규모의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이 완료됐다. 그리고 현재 총 68개 단지, 3만60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립한 리모델링 기본 계획에 따르면, 준공 15년이 지난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전국적으로 1만164곳이다. 이 가운데 1988개 단지는 가구 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가능할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지역만 보면, 준공 후 15년 이상 지난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3096단지, 가구 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는 898개다. 이를 통해 추가 공급할 수 있는 가구는 최대 11만6164가구인 것으로 추정됐다. 리모델링이 재건축처럼 주택 공급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이다.

보고서는 현재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거나 설립 중인 전국 153개 단지 대부분이 골조를 제외하고 모두 부문을 수리하는 '전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거환경개선을 위해서는 부분 리모델링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공사비가 적게 들면서 공사 기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그린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사 보조금 지급, 공사비 저리 융자, 세제 혜택, 건축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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