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헌혈자가 사용하는 그날까지"…피와 사람을 잇는 '피플'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09 11월 2023

헌혈플랫폼 '피플'의 조민주 마케터(왼쪽)와 김범준 대표(오른쪽)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헌혈플랫폼 '피플'의 조민주(24) 마케터와 김범준(24)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상상관 세미나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1.8 stopn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휴가 나와서 헌혈하러 왔습니다. 30번까지 가보자고!", "어느덧 30회가 됐네요. 빨리 세 자릿수 만들어야지!"

헌혈 플랫폼 '피플'에서는 바늘이 꽂힌 팔 사진과 함께 올라온 헌혈 인증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10월 서울과학기술대 재학생 7명이 힘을 모아 만든 이 플랫폼은 유일무이한 민간 헌혈단체다. 피가 필요한 이들과 헌혈자를 연결하고 헌혈자끼리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 캠퍼스에서 만난 김범준(24) 피플 대표는 "4년 전 학교 커뮤니티에 7살짜리 아이가 피가 부족하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많은 사람이 도움을 주려는 모습을 보고 헌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피플의 탄생 계기를 설명했다.

"제 전공이 산업공학과인데 기획이나 디자인, 웹 개발 같은 것들을 배워요. 학교에서 배운 기술들로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플랫폼 이름은 '피'와 '플랫폼'의 합성어이자 '사람들'(피플·People)이란 중의적 뜻을 지닌다. 피와 사람을 잇는 플랫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온라인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헌혈자와 수혈자를 연결하는 역할로 시작한 피플은 지난해 10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헌혈플랫폼 '피플' 커뮤니티에 올라온 헌혈 인증글

[피플 애플리케이션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피플에 따르면 올해 이 플랫폼을 통해 피를 나눈 사람은 약 4천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수혈을 받은 환자 수는 1천300명이 넘는다.

지난 1일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선정한 보건복지형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여태까지 한 것들이 인정받는 것 같아 보람도 느끼고 더 열정을 가지고 운영해나가고 싶어졌다"며 "선한 영향력을 더 많이 만들어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아직 후원금만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니 수익이 없어 봉사단체에 가까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난달 피플의 총후원금은 60만1천550원. 서버 운영비용 등을 제외하면 26만9천450원 적자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월급을 주지 못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피플을 떠나갈 수밖에 없는 팀원들이 생기고 있다"며 "이 플랫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게 단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조민주(24) 피플 마케터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고자 고심하고 있다"며 "수혈이 필요한 환자분 중에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후원받아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는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했다.

헌혈플랫폼 '피플'의 조민주 마케터(왼쪽)와 김범준 대표(오른쪽)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헌혈플랫폼 '피플'의 조민주(24) 마케터와 김범준(24)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상상관 세미나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1.8 stopn

두 사람은 이런 어려움에도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데에는 헌혈자들의 열정에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조 마케터는 "피플을 통해 도움을 받으신 분이 퇴원해 집으로 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오픈채팅방에 올려주신 적이 있는데 너무 감사했다"며 웃었다.

김 대표도 "수혈이 필요했던 분이 완쾌하신 뒤 두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헌혈에 동참하고 계신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도움받으셨던 분들이 다시 도움을 주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피플은 지난 8월 서울 적십자사와 함께 헌혈 문화 확산을 위한 '헌혈의 밤' 행사를 열고, 이달 4일에는 자원봉사자들과 빵을 직접 만들어 지역 아동센터에 기부하는 '제빵 봉사'를 하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봉사계의 '무신사' 같은 기업으로 피플을 키워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의 모든 헌혈자가 피플을 사용하는 날까지 운영하고 싶어요. 지금은 헌혈에 한정돼있지만 나중에는 모든 선한 영향력이 피플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큰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따뜻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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