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전세사기 당해도 소송할 돈이 없어요”…피해자 구제 방법은?

  02 12월 2023

서울 양천구에서 4번째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사건이 보도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일대를 휩쓴 전세사기 여파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돈을 되찾기 위해 소송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2030 사회초년생인 만큼, 법률 관련 지식도 전무할 뿐 아니라 소송 경비도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부 피해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빚을 내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생활고만큼 소송전이 더 힘들다”며 막막함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15일까지 총 9999건의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심의가 올라왔다. 그중 66.3%가 수도권에 집중되었으며 피해자의 71.4%가 40세 미만의 청년층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수도권과 청년층에 집중돼있는 셈이다.

국토부도 피해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타개책을 고안했다. 국토부는 지난 11월5일 인당 250만원 한도로 법률전문가 조력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송 수행에 필요한 인지·송달료, 기타 실비 등은 여전히 피해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여전히 소송비용 마련에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강서구에서 먼저 파격 행보에 나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최초로 조례 개정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소송비용을 직접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고찬양 서울 강서구의원은 지난 11월22일 강서구의회 정례회에서 대표 발의한 ‘강서구 전세피해 및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상임위 심사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개정 내용은 ‘소송 수행 경비’ 지원과 ‘기타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규정을 추가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재정 지원 사업의 폭을 확장한 셈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해 안에 서울 강서구 전세사기피해자들에게 소송 수행 경비 중 일부 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강서구와 더불어민주당은 전세사기 자체를 근절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도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11월3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보궐선거 기간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났고, 취임 이후엔 피해자 지원·예방을 중점으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제도 개선 및 피해 유형별 대책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 의원은 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례안 개정의 취지와 필요성은 물론, 강서구의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움직임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거의 모든 피해자가 상당한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분담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에도 이어갈 경우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래는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고찬양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 ⓒ고찬양 의원 제공

이번 조례안 개정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강서구가 서울에서 가장 전세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한 가운데, 전세사기 특별법마저 국회에서 정체돼있다 보니 지자체 차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게 됐다. 그래서 7월에 처음 전세사기 피해 지원 조례를 발의했고, 이번에 소송비용과 관련해 추가 개정을 했다.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지자체 차원에서 보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많은 노력을 했다.”

국토부의 피해자 지원책과는 어떤 부분이 다른 것인지.

“국토부의 지원책은 사실상 효율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국토부에서 지원하는 내용들은 다 증빙을 해야 받을 수 있다. 피해자들도 증빙하는데 시간도 뺏기고 부담이 크다. 그래서 저희 강서구에서는 그런 증빙들을 떠나서 국토부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실이 확인만 된다면 소송 비용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이번에 조례를 개정했다. 결국 증빙 절차 등 부담을 줄인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번 조례안 개정을 통해 피해자들한테 더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해지는 것인지.

“그렇다. 기초의회의 조례는 법률에 비해 지역 현안이 신속하게 반영되는데 더 효과적이다. 전세피해자 지원 조례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제·개정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치입법권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번 조례안 개정에 발맞춰 지금 예산결산도 진행하고 있다. 강서구에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만 11월15일 기준으로 540명에 달하는데, 저희가 지금 1인당 100만원씩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관련 조례안을 내놓았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일반적으로 지자체 조례는 예시가 없다면 다른 지자체에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강서구가 선도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해 앞장선다면 다른 수많은 지자체에서 따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개정이 다른 지자체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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