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폭력·입시비리·횡령...대한체육회가 묵살한 스포츠윤리센터 징계 요구

  31 12월 2023

시사저널 1781호 《[단독]“다이빙 국가대표 지도자, 미성년 선수 성폭행하고 상습적으로 돈 상납받아”》기사

다이빙 국가대표팀 지도자로 발탁됐던 조우영 인천시청 감독의 미성년자 선수 성폭행-상습적 돈 상납 의혹과 관련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2023년 12월1일자 <[단독]“다이빙 국가대표 지도자, 미성년 선수 성폭행하고 상습적으로 돈 상납받아”> 기사 참조). 대한수영연맹은 시사저널 보도 직후 조 감독을 국가대표팀 지도자에서 제외했지만,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절차는 여전히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진상 규명이 이뤄져도 책임자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결정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계 부패·비리 근절을 위해 2020년 설립된 스포츠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징계결정권은 대한체육회와 산하 시·도체육회가 갖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대한체육회-시·도체육회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 10건 중 4건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2023년 12월11일자 <[단독]대한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 징계안 40%도 이행 안 했다> 기사 참조).

이 가운데에는 성폭력 사건도 있다. 시사저널이 단독입수한 ‘스포츠윤리센터의 사건별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는 2023년 1월3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성폭력·언어폭력·폭력 사건과 관련해 A 선수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2022년 2월22일에는 B 선수와 C지도자가 D 선수를 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처벌을 요구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최초 신고 이후 1년 이상 사건을 조사해 이와 같은 징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시·도체육회는 2년이 넘도록 스포츠윤리센터에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도자의 폭행과 폭언, 괴롭힘, 금품수수 등 인권침해 사건도 9건이나 묵살됐다. 돈 상납, 입시비리, 선발전 불공정 의혹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스포츠윤리센터는 ‘○○특기생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징계는 물론 수사의뢰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대한체육회-시·도체육회는 모두 28건의 스포츠윤리센터 징계 요구를 묵살했다. 징계 결정 이후 2년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는 경우도 4건이나 됐다(<표-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청 미회신 사례> 참조).

 

입시비리 의혹 '수사의뢰'까지...그래도 응답 없는 대한체육회

 

현재의 징계 시스템은 스포츠계의 ‘자정’에만 기대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사건 조사 결과에 따라 문체부에 징계를 요구하고 문체부는 이를 대한체육회에, 대한체육회는 산하 시·도체육회로 넘긴다. 결국 피의자의 소속팀(1차 징계기관)이 징계를 결정한다. 피의자가 이에 불복하면 소속팀의 상급기관인 시·도체육회(2차 징계기관)가 사건을 다시 살펴본다. 징계기관의 인적 구성상 ‘제 식구 감싸기’식 결정이 이뤄지기 쉬운 구조다.

대한체육회-시·도체육회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를 미이행 해도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자율적 집단에서 '인사권'이 있는 자가 징계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문체부가 직접 징계를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징계 요구에 대한 답변 시한이 없다”면서 “답변 시한을 명문화하거나 징계 요구에 대한 답변이 없는 기관에 대해선 예산 삭감과 같은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방침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해는 용기를 낸 신고자들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조우영 감독 사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허정훈 중앙대학교 스포츠정보테크놀로지연구소장은 “현재의 징계 결정 시스템상 제 식구 감싸기로 이어지거나 보여주기식 징계가 나올 우려가 크다”며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전문성 보완, 기능 확대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덕기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스포츠계 인권침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신고 시스템 마련, 징계 기준의 명확성 및 세분화, 신고 의무제 정착, 일벌백계 시스템 마련 등 제도의 실효성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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