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를 가다] ④ "도심 속 정원학교"…목포 서산초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11 05월 2024

[※ 편집자 주 = 학령 인구 감소로 농어촌학교는 물론 도시 일부 학교도 갈수록 학생 수가 줄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학교가 사라지면, 그 지역의 소멸 속도도 빨라집니다. 학교가 있어야 지역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은 학교는 전교생 숫자가 60명 이하인 곳으로 폐교 위기를 딛고 저마다 특색있는 주제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농산어촌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도시 학생들의 유학을 유도하는 등 지역사회와도 함께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광주와 전남지역 대표적인 작은 학교 7곳을 살펴보고 이러한 교육·사회적 성과들을 확산하기 위한 전문가 조언 등을 소개합니다.]

등하교에 이용하는 에듀택시

[목포 서산초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목포=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남 목포 서산초등학교에서는 아침마다 진풍경이 펼쳐진다.

학생들을 태운 택시가 하나둘 도착하고 교사들은 반갑게 택시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반긴다. 전남교육청이 작은학교 학생들을 위해 지원하는 에듀택시다.

지난해 초 에듀택시 1대가 운영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7대가 매일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이 학교 전교생 32명 중 7명이 에듀택시로 등하교하고 있다.

서산초에서 7.6km 떨어진 항도초에서 전학해 온 학생도 등하교 시간이 택시로 20분 이상 걸리지만, 에듀택시 덕에 학교를 옮겼다.

에듀택시는 전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에듀택시 덕분에 작은학교들은 지역 내 학생뿐 아니라 먼 거리에 있는 학생들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학생 수 급감을 겪은 서산초도 학생들을 모으는데 에듀택시의 덕을 톡톡히 봤다.

1967년 문을 연 서산초는 6천3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인구 감소로 2000년대 들어 학생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학생 수가 30명 이하로 급감하면서 통폐합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초 학생 수가 12명으로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는데, 공모 교장이 오면서 학교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텃밭 가꾸는 학생들

[목포 서산초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목포 서산초 르네상스 2025'를 내걸고 부임한 채정화 교장은 도심 속 정원학교를 제시했다.

에듀택시를 활용해 학교 인근 10Km 이내에 있는 큰 학교에서 학생들이 전학을 오도록 홍보했다.

유달산 끝자락, 다도해를 품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활용해 '학교 품안愛'와 '마을 품안愛', '자연 품안愛' 등 3개의 주제로 교정에서 텃밭을 가꾸고 닭 토끼 거위 등 동물을 키웠다.

모든 가꾸기 활동에 학생들이 참여해 먹거리의 생산 과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날이 좋으면 유달산 둘레길을 걷고, 잘 익은 딸기를 따러 소풍을 간다.

도자기 만들기, 스케이트 타기, 운동장에서 즐기는 승마체험 등은 서산초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이다.

방과 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바이올린, 플루트 클래식 악기부터 미술, 방송댄스, 로봇 만들기 등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도 눈에 띈다.

유달행정복지센터와 함께 목포 앞바다 인근 모래사장과 평화광장에서 청소하는가 하면, 남도 마을로협동조합과는 해양 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맛보는 오감 만족의 체험터로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만 8명의 신입생을 들어와 현재 32명이 됐다.

승마 체험

[목포 서산초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두 자녀를 서산초에 보내는 김종필(56)씨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학년 구분 없이 형, 동생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어 아이들이 만족스러워한다"며 "공부에만 치중하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고 좋은 추억을 만들다 보면 자기만의 생각도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산초는 내년까지 전교생 60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채정화 교장은 "한 학급당 20명이 넘는 과밀 교실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존재감을 잃고 생활하다 오면, 언니 오빠들과 어울리며 표정도 밝아지고 기초 학력도 1대1로 지도를 받아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변화에 부모님들이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학생 수를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게 아니라,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동심을 회복하고, 환한 웃음을 짓게 하는 따뜻한 엄마 품 같은 학교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minu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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