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를 가다] ⑤ 도심 속 '꼬마학교' 광주 지산초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18 05월 2024

[※ 편집자 주 = 학령 인구 감소로 농어촌학교는 물론 도시 일부 학교도 갈수록 학생 수가 줄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학교가 사라지면, 그 지역의 소멸 속도도 빨라집니다. 학교가 있어야 지역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은 학교는 폐교 위기를 딛고 저마다 특색있는 주제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농산어촌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도시 학생들의 유학을 유도하는 등 지역사회와도 함께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광주와 전남지역 대표적인 작은 학교 7곳을 살펴보고 이러한 교육·사회적 성과들을 확산하기 위한 전문가 조언 등을 소개합니다.]

지산초 100주년 기념 행사

[광주 지산초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아이들 등교할 때 선생님이 이름을 모두 불러주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광주 북구 지야동 지산초등학교 학부모 박은숙씨는 매일 승용차로 자녀를 통학시키면서 따뜻한 등교 모습을 보곤 한다.

큰 학교라면 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작은 학교라 가능한 아침의 풍경이 하루의 시작을 즐겁게 해준다.

집에서 학교까지 승용차로 15분 거리, 박씨는 중학생이 된 큰아들에 이어 둘째 아들과 4년째 등하굣길을 함께 하고 있다.

작은 학교가 준 '작은' 감동에, 작년에는 조카도 이 학교로 전학시켰다.

100년의 전통을 지닌 지산초는 2000년대 들면서 학생 수가 줄어 현재는 한 학년당 1학급(5학년은 2개 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역시에 있지만, 전교생이 125명인 작은 학교로, 인근에 있는 양지초(전교생 592명)와 비교하면 5분의 1밖에 안 된다

학생 수가 적은 탓에 매일 등굣길에 안전 지도를 하는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과 교무부장이 거의 모든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눈다.

학교 인근에서 통학하는 학생은 34명인데 나머지는 박씨의 자녀처럼 스쿨버스나 승용차로 통학한다

'작은 학교라 예산 지원이 많고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소문이 퍼져 원거리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새싹 보리 키우기

[광주 지산초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지산초는 작은 학교의 강점을 살려 환경·생태 교육에 시간을 좀더 들이고 있다.

1~3학년은 쓰레기 분류 배출, 친환경 비누 만들기, 손수건 쓰기, 새싹 보리와 다육식물 키우기, 에코백 만들기를 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배운다.

고학년인 4~6학년은 자전거 교육을 통해 환경보존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법을 익힌다.

외부 단체인 에코 바이크로부터 자전거 기능 원리 타는 법 등을 배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6학년이 영산강 자전거길에서 자전거 체험학습을 했다.

2015년부터는 '열 손가락 공동체 활동'도 하는데, 1~6학년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10개의 모둠을 만들고 월 1회 함께 모여서 특색 있는 주제활동을 한다.

작년에는 3∼4월 모임 준비 과정을 거쳐 5월에는 옛날 놀이·6월 보물찾기·7월 우리학교 알리기를 한 데 이어, 9월에는 개교 100주년 기념사진을 찍고 마을을 돌며 이웃과 떡 나눔 행사를 열었다.

10월에는 축제를 열어 평소 쌓아온 끼를 발산했으며 11월에는 우리 학교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2월에는 연말을 맞아 열손가락 공동체의 1년 활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부모 박은숙씨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 대화하고 생활하면서 개인주의보다는 협력하는 미덕을 배우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자존감을 느낄 수 있고, 타인을 존중하는 인성을 기르는 작은 학교만의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

[광주 지산초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지산초는 특화활동 외에도 독서 습관을 늘리는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학년별로 독서기록장을 쓰며 소감을 기록했으며 독서캠페인 송을 만들어 함께 부르기도 했다

4학년 학생들은 개교 100주년을 맞아 '우리 학교가 100살이나 됐어요' 그림책을 출판사와 함께 펴냈다.

외부기관과 협업을 통해 학생들의 견문도 넓혀준다.

광주 북구문화의집과 학생들은 목공예 수업을 통해 바나나 모양의 벤치를 학교에 설치했다.

5학년 학생들은 국립광주박물관과 함께 유물의 이름과 쓰임새 등을 연구해 엮은 '나의 이름은 뭘까?'를 만들기도 했다.

광주는 인구 140만명의 대도시지만 학령 인구 감소로 지산초와 같은 소규모 학교가 점차 늘어 도심형 소규모 학교는 15곳 농촌형은 14곳에 달한다.

광주시교육청은 도심 속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현장체험 프로그램 등 특색교육 활동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교직원들에게는 승진 가산점도 부여하는 등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정은주 지산초 교장은 "학생 수는 적지만 교사들이 열성적으로 한명 한명을 보살피다 보니 연말에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하면 교사들의 수고가 많다는 답변이 많다"며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minu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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